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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24년06월20일 07시44분 ]
먼저 내리자니 환율·물가불안…이창용 “천천히 서둘러라” 신중…마냥 늦추면 서민들 불황 시름…여당까지 선제 인하론 불지펴   

“천천히 서둘러라(Festina Lente).”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6월12일 한은 창립 74주년 기념사에서 인용한 아우구스투스 로마 황제의 정책 결정 원칙이다. 최적의 금리 인하 시기 결정과 관련, 복잡하고 미묘한 국내외 상황과 고민을 단적으로 표현한 말로 읽혔다. 이 총재는 “상충관계를 고려한 섬세하고 균형있는 판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제공=한국은행
  

이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금리 동결과 함께 연내 한 차례 금리 인하를 할 것이라고 시사했다. 연준의 행보에 보조를 맞춰 온 한은에게도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그런데 최근 연준과의 동조론에 반론을 제기하는 새로운 목소리가 만만찮게 나온다. 유럽연합(EU)과 캐나다 등지가 미국에 앞서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면서다. EU가 쏘아 올린 ‘선제 인하론’은 정치권으로 옮겨붙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재정·세제개편특별위원회 위원장은 13일 “고금리가 지속돼 우리 경제가 급속하게 침체되는 것을 방지하려면 선제적 금리 인하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5월까지 8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한 수출과 달리, 민간소비는 3월부터 역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렇다 보니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이 급등하는 등 한계 상황에 몰리고 있다. 민생을 대변하는 정치권이 먼저 나선 것은 예견된 수순일 수 있지만, 경제 전문가 사이에서도 “미국을 따르는 것은 과거 패러다임”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는 “우리 금리가 미국보다 낮아야 한다는 과거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선제적 금리 인하를 주장했다.

하지만 EU·캐나다와는 상황이 다른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특히 한·미(韓美) 금리 차가 지금보다 더 벌어지면 1300원 후반대에 머물고 있는 달러당 원화 가치가 1400원대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자재를 수입해 완성품을 만드는 한국은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수입 비용이 증가하면서 물가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은 금리를 5%대까지 끌어 올렸지만, 우리는 3%대에 머물렀다”며 “충분히, 강하게 올리지 못했던 만큼 먼저 금리를 내릴 여력이 부족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당국은 말은 아끼고 있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대통령과 함께 중앙아시아 순방 중 6월13일 화상연결을 통해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하기도 했다. 당국의 고심이 그만큼 깊다는 얘기다. 금리 인하 시기는 최대의 변수이자, 초미의 관심사다. 내리자니 환율·금리 불안 가능성이 있고, 그렇다고 마냥 늦추면 경제 주체들의 고통이 커질 수밖에 없다. 무엇이 올바른 해답일까.

금리 인하 기대감 커지는데…한은 총재 “물가 목표 수렴할지 좀 더 지켜봐야”
“지정학적 리스크·기상여건 등 물가 불확실성 여전”…“높은 생활비, 통화정책만으로 해결 어려워…구조개선 고민을” 

주요 국가들이 금리를 내리면서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6월18일 “물가가 예상대로 목표(2%)에 수렴해 나갈지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시장 일각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원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 모두발언을 통해 “향후 물가는 최근 국제유가와 농산물 가격 둔화를 감안할 때 지난 5월 전망과 부합하는 완만한 둔화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정학적 리스크, 기상 여건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은은 앞서 5월 경제전망에서 2024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을 2.6%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 2월 전망과 동일한 수준이다. 1분기 깜짝 성장을 반영해 올해 경제성장률은 기존 전망한 2.1%에서 2.5%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이 총재는 “국내 경제는 5월 전망에 대체로 부합하는 성장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수출과 내수 간 회복세에 차이가 있어 내수 측면에서의 물가압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부연했다.

최근의 물가 오름세는 완만한 속도로 둔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지난해 12월 3.2%를 기록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월에는 2.7%로 낮아졌다”며 “근원인플레이션율도 같은 기간 2.8%에서 2.2%로 낮아지는 등 기조적인 물가 지표들도 하향 안정흐름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총재는 “이처럼 인플레이션은 둔화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식료품, 의류 등 필수소비재 가격은 주요국에 비해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어 생활비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인플레이션은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생활비 수준은 통화정책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며 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때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인플레이션이  초 5.0%에서 지난 5월 2.7%로 낮아졌지만 국민들께서 피부로 잘 느끼시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라며 ”이제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생활비 수준을 낮추기 위해서는 어떠한 구조개선이 필요한지 고민해 볼 때가 됐다”고 말했다.

한은은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대국민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를 지난 2019년부터 매년 6월과 12월 연 2회 발간하고 기자간담회를 통해 국민에게 설명하고 있다.

    이창용 "인플레 둔화 체감 안되는 이유…높은 생활비 수준 탓"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우리나라의 생활비 수준이 높은 탓에 국민이 물가상승률 둔화를 체감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6월18일 오후 한은 별관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 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식료품, 의류 등 필수소비재 가격은 주요국에 비해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어 생활비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은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생활비 수준은 통화정책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며 "우리 인플레이션이 지난해 초 5.0%에서 올해 5월 2.7%로 내렸지만, 국민들이 피부로 잘 느끼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생활비 수준을 낮추기 위해 어떤 구조개선이 필요한지 고민해볼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한은 물가동향팀은 '우리나라 물가수준의 특징 및 시사점 : 주요국 비교를 중심으로' 보고서에서 과도하게 높은 필수소비재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공급채널 다양화, 유통구조 개선, 공공서비스 공급 지속가능성 확보 등을 제안했다.



물가 경로 전망

이 총재는 향후 물가 상승률이 완만한 둔화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면서도, 지정학적 리스크·기상 여건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물가가 예상대로 목표에 수렴해 나갈지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은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추세적으로 완만한 둔화 흐름을 이어가다가, 하반기 중 2.5%를 밑도는 수준까지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유가와 농산물 가격이 둔화하고 있고, 내수 측면에서의 물가 압력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다만 전기·도시가스 요금 인상, 유류세 인하 조치 환원 가능성은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 흐름을 일부 제약할 수 있다.
한은은 향후 물가 전망 경로에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존한 가운데, 국내외 경기 흐름, 기상 여건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물가 관망하는 美 연준, 올해 첫 금리 인하 "12월" 가능성
연준 산하 닐 카시카리 총재, 12월 첫 인하 가능성에 "합리적인 예상"다른 총재도 인하 전에 일단 물가상승률 진정 기다린다고 밝혀

2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기준금리(5.25~5.5%)를 7회 연속으로 동결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내에서 금리를 내리려면 2024년 연말까지는 기다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미 연준 산하 미니애폴리스 연방은행의 닐 카시카리 총재는 6월16일(현지시간) 미 CBS방송에 출연해 인하 시점을 언급했다. 그는 연준이 올해 금리를 1회 내릴 것이며 12월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시장 전망에 대해 “합리적인 예상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물가상승률이 우리의 목표치 2%로 둔화하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는 추가 증거를 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연준은 6월1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치고 기준 금리를 기존 5.25∼5.5%로 동결하면서 FOMC 위원들의 분기 점도표를 공개했다. 점도표는 FOMC 위원들이 각 연도별 연말 기준으로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금리 전망치를 점으로 찍어 표현한 자료다. 

미국 연방준비은행(연준) 산하 미니애폴리스 연방은행의 닐 카시카리 총재가 지난 5월7일 캘리포니아주 베벌리힐스에서 열린 밀컨 컨퍼런스에서 발언하고 있다.


FOMC 위원들은 지난 3월에 공개한 점도표에서 올해 3차례 금리 인하를 예상했다. 그러나 위원들은 6월12일 점도표에서 올해 금리가 내려가도 1차례에 그친다고 내다봤다. 올해 연준의 FOMC 회의는 7월과 9월, 11월, 12월까지 4차례 남았다.카시카리는 연준이 인위적으로 돈을 풀어 시장에 개입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면서, 금리 인상으로 통화 공급을 줄여야 한다고 보는 이른바 ‘매파’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FOMC 회의 금리 투표권이 있었지만 올해는 없다.카시카리는 "우리는 어떤 결정을 하기에 앞서 시간을 갖고 더 많은 물가상승과 경제, 노동 시장 관련 지표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준이 2022~2023년에 금리를 공격적으로 높여 가계 및 기업의 차입을 억제했음에도 미 고용시장이 탄탄해서 놀랐다고 말했다. 카시카리는 "완만한 냉각 과정을 거쳐 균형 잡힌 경제로 돌아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금리에 따른 주택 시장 냉각에 대해서는 “지금 당장 주택 소유를 지원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한다면 주택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금리 인하로 “주택 구입이 쉬워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카시카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물가상승률을 목표치까지 낮추는 것이며, 그러고 나서 경제의 공급 측면에서 미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주택 건설을 위해 나서줄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6월12일 공개된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3% 상승하여 4월 상승률 및 시장 전망치(3.4%)보다 낮았으며, 연준의 2% 목표치에 가까워졌다.

카시카리처럼 매파에 속하지만 올해 FOMC 투표권을 쥐고 있는 연준 산하 클리블랜드 연방은행의 로레타 매스터 총재는 14일 인터뷰에서 최근 물가상승률을 언급했다.그는 "금리를 인하하려면 긍정적인 물가상승 지표를 몇 달 더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스터는 "물가상승률을 2%로 완전히 되돌리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2026년까지는 2%에 도달하지 못하겠지만 진전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면 이제 금리 인하를 시작할 때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수경(水鏡) 문윤홍 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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