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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24년07월08일 00시15분 ]
시민들 심리적 외상 호소…CCTV 영상 SNS 무분별 확산…“놀라는 피해자의 모습 안 잊혀”
…“어쩌면 퇴근 후 밥 한끼 먹던 길” 추모글…헌화 잇따라…전문가 “국가차원 적극 지원해야” 
수경(水鏡) 문윤홍 大記者/칼럼니스트
                 

유동 인구가 많은 서울 한복판에서 발생한 ‘차량 돌진 참사’로 순식간에 16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평소 도심을 오가는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사고 현장 인근의 직장인들은 “차마 현장을 보지 못하겠다”며 발길을 돌렸고, 사고 당시 모습이 담긴 영상 등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접하고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시민들도 있다.

보행 중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보면서 걷거나 노이즈캔슬링(주변소음 소거) 이어폰 착용을 지양해야 한다는 반응도 나온다.7월3일 서울 시청역 참사 현장에서 만난 직장인 A(30)씨는 “근처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데, 피해자들이 변을 당한 곳이 자주 지나던 길이어서 그런지 마음이 좋지 않다”며 “차마 그 길을 전처럼 지나기 어려울 것 같아 돌아서 왔다”고 말했다. 인근의 상인 B(55)씨도 “사고를 직접 목격한 것은 아니지만, 소식을 듣고 진정이 되지 않아 잠을 설쳤다”고 했다.

   
    

순식간에 9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시청역 역주행(逆走行) 차량 돌진 사고로 시민들의 충격과 우려, 분노가 커지고 있다. 인도를 걷는 일상적인 행위조차 안심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팽배해지는 분위기이다. 전문가들은 평범한 시공간에서 느닷없이 발생한 대형참사로 인해 많은 국민이 긴 트라우마를 겪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사고 이후 SNS를 통해 사고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본 시민들은 트라우마를 호소하기도 했다.프리랜서 P(35)씨는 “사고 장면을 보면서 문득 이태원 참사가 떠올라 섬뜩했다”며 “영상에서 본 편의점이나 식당을 평소 가본 곳들이라 그런지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직장인 Y(30)씨는 “영상 속 피해자가 차를 발견하고 놀라는 순간이 계속 떠오른다”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8살 딸을 키운다는 K(38)씨는 “어린 자녀가 사고 장면을 보고는 무섭다고 달려왔다”며 “이런 영상을 공유하는 걸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했다.이번 사고의 원인은 아직 경찰 조사 단계에 있지만, 일부 시민들은 보행 중 혹시 모를 사고를 피하기 위해 이어폰 착용 등을 자제하기도 했다.

직장인 H(34)씨는 “저녁에 도로변 러닝을 하면서 음악을 들을 때가 많은데, 이번 사고를 보고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꺼두고 있다”며 “그런다고 이런 사고를 피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보행 중 좀더 신경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K(36)씨도 “항상 스마트폰을 보면서 걷는 게 일상인데, 이젠 주변을 잘 살펴봐야 할 것 같다”며 “사고가 났을 때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게 보행자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7월3일 서울 중구 시청역 교차로 인근에서 발생한 차량 인도 돌진사고 현장에 고인들을 추모하는 국화꽃 등 추모용품들이 놓여 있다.

이날도 사고 현장에는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점심시간인 낮 12시쯤이 되자 회사 밖으로 나온 직장인들은 추모 현장을 보고 묵념을 하거나 헌화를 하며 고인을 추모했다. 자신을 ‘근처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라고 소개한 시민이 남긴 쪽지에는 “어쩌면 퇴근 후 밥 한 끼 먹고 돌아가고 있던 그 길에서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유명을 달리한 9분의 명복을 빈다”고 적혔다.  

수상에… 승진에…기분좋은 퇴근길 덮친 비극에 동료들 집단 트라우마
시청역 참사 안타까운 사연…뺑소니로 시력 잃고도 공직 입문…‘딸 바보’ 50대 시청 공무원 날벼락…전보 앞둔 같은 은행 동료 4명 등 30대∼50대까지 9명 참변…직원 두 명 숨진 서울시청 ‘비통’…대형병원 주차직원 3명도 참변…빈소엔 유족·지인들 통곡 소리…국화꽃 든 시민들 추모 이어져

일순간에 꿈과 희망이 스러졌다. 막을 수도, 피할 겨를도 없었다. 7월1일 밤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한 차량이 역주행 후 인도를 덮치면서 사망한 9명 대부분은 가족과 동료의 사랑을 받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희생자 중에는 승진의 단꿈에 젖은 은행원도 있었고, ‘딸 바보’ 공무원도 있었다. 이들의 주검이 옮겨진 장례식장은 눈물바다였고, 일터는 침통한 분위기였다. 누군가가 사고 현장에 놓은 국화는 안타까운 듯 빗물에 떨어져 나갔다.

한 시중은행 부지점장급 직원이었던 사망자 P(42)씨는 사고 당일 발표된 하반기 정기인사에서 승진 명단에 올랐다. 다음날 다른 센터 발령이 결정된 박씨는 직장 선배 3명과 저녁식사 자리를 가졌다. 선배 중 1명도 다른 지점 센터장으로 전보를 준비하는 중이었다. 승진과 전보에 대해 축하와 격려를 서로에게 건넸을 이들은 사고 현장 인근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다가 변을 당했다. P씨를 포함한 3명은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고, L(52)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지만 사망 판정을 받았다.

7월1일 밤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대기 중이던 차량 블랙박스에 기록된 사고 상황. 경찰 관계자는 "70대 남성 운전자가 신호 대기하는 보행자들을 친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상황 파악 중으로, 사상자가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수상 소식이 전해진 당일 목숨을 잃은 시청 직원의 안타까운 사연도 전해졌다. 서울시 청사운영1팀장 K(52)씨는 동료 직원들과 인근에서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야근하기 위해 사무실로 복귀하는 길에 변을 당했다. K씨가 속한 청사운영1팀이 ‘이달의 우수팀’과 ‘동행매력협업상’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날이었다. 서울광장 이태원참사 분향소 이전과 도서관 행사가 원활하게 이뤄지는 데 기여한 공로에 따른 수상이었다.

K씨는 중학생 때 뺑소니 사고로 한쪽 시력을 잃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9급 세무직으로 입직(入職)한 K씨는 5급 사무관으로 승진하면서 행정직으로 전환됐다고 한다. 과거 탈세 추적 업무를 맡았을 때에는 KBS TV 프로그램 ‘좋은 나라 운동본부’에 여러 차례 출연하기도 했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K씨에 대해 “청사운영1팀의 경우 청사 방호요원 등 관리하는 인원이 200명이 넘는데, 그 사람들을 단합하고 독려하며 일했던 분”이라며 “업무 특성상 주말에도 자주 출근하곤 했다”고 전했다. 평소 두 딸을 끔찍이 아끼는 딸바보로도 불렸다.

 K씨와 함께 식사한 시청 공무원 Y(31)씨 또한 유명을 달리했다. Y씨는 2020년 7급 공채로 입직한 촉망받는 젊은 공무원이었다. 다른 사망자 3명은 서울 대형병원에서 근무하는 주차관리 직원으로 파악됐다. 이들 3명 역시 함께 밥을 먹고 나오는 길이었다.

희생자들의 시신이 안치된 장례식장은 2일 황망하게 가족을 잃은 유족과 지인들의 통곡 소리로 가득했다. 이날 오전 갑작스런 폭우를 뚫고 장례식장에 도착한 유족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유가족으로 보이는 한 중년 남성은 간밤에 급하게 나온 듯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연신 마른세수를 하다가 눈물을 흘렸다. 또 다른 중년 여성은 “믿을 수 없다”고 수차례 외치며 장례식장 벽을 붙잡고 오열했다. 숨진 은행 직원의 노모는 “우리 XX 불쌍해서 어떡하느냐”며 “어멍 아방 두고 어떻게 먼저 가느냐”고 소리를 질렀다.

동료를 잃은 서울시청과 모 은행 또한 종일 비통한 분위기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숨진 공무원 2명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며 “앞날이 창창한 젊은 직원이 불의의 사고로 떠나게 돼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평소 출퇴근할 때 사고가 난 길에서 버스를 탄다는 한 서울시 직원은 “어젯밤에 뉴스로 소식을 접하고 너무 슬프고 무서워서 제대로 잠을 못 잤다”며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기느냐”고 탄식했다.

동료의 빈소를 찾은 은행 직원은 “사고 현장이 직원 모두 자주 가고 아는 곳이다 보니 단체로 트라우마가 생긴 것 같다”며 “다들 ‘그 자리에 내가 있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7월1일 밤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 인도에 설치된 분리대가 완전히 파괴되어 파편들이 흩어져 있다. 경찰 관계자는 "70대 남성 운전자가 신호 대기하는 보행자들을 친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상황 파악 중으로, 사상자가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추모도 이어졌다. 이날 오전 사고 현장 인근, 차도와 인도를 구분하는 가드레일에는 “고인들의 꿈이 저승에서 이뤄지길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추모 메시지가 붙어 있었다. 몇몇 시민은 고인들을 기리는 국화 꽃다발을 놓고 가기도 했다. 사고 현장은 전날 밤의 흔적이 여전히 역력했다. 일부 구간에는 충격으로 뽑힌 철제 가드레일 대신 임시 펜스가 세워져 있었다. 가해 차량이 직접 돌진한 일부 상점은 사고의 여파로 문을 닫은 상태였다. 깨진 유리창을 보수하는 매장도 보였다.

사고를 낸 차모(68)씨는 현재 경기 안산시 소재 버스회사에 소속된 시내버스 기사로, 운전 경력이 40여년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에 따르면 차씨는 사고 현장에서 도주를 시도하지 않았고, 음주나 마약 흔적도 검출되지 않았다.

퇴근 시간 서울 한복판서 발생한 충격적 교통사고
서울 도심 역주행 사고로 15명 사상, 실효적 대책 세워야

68세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 서울 한복판에서 역주행하다 인도로 돌진해 시민 9명이 숨지고 6명이 다치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사고라 충격이 크다. 현직 버스 기사인 사고 차량 운전자는 “100% 급발진 탓”이라고 주장하지만, 교통 전문가들은 급발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경찰은 사고 차량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 의뢰해 급발진 여부 등을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고 차량 운전자에 대해 채혈 등의 검사도 했으나 음주와 마약 투약 여부는 음성이 나왔다고 덧붙였다. 사고 원인을 신속·정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우선이다.

문제는 이와 비슷한 유형의 고령 운전자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3월 전북 순창군 농협 주차장에서 74세 운전자가 몰던 1t 트럭이 조합장 투표를 하던 유권자들을 들이받아 4명이 숨지고 16명이 중상을 입었다. 지난 2월 서울 연신내역 인근 도로에서 79세 운전자가 9중 추돌 사고를 내 14명의 사상자를 냈다.

전체 교통사고 중 65세 이상 운전자의 비율은 2020년 14.8%에서 2022년엔 17.6%로 느는 등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고령 운전자 사고를 줄이기 위한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운전면허증을 갱신하기 위해 65세 이상 운전자는 5년마다, 75세 이상은 3년마다 정기 적성검사를 받고 있다. 현행 고령자 적성검사가 형식적으로 이뤄진다는 비판이 나오는 만큼 총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주행능력에 대한 실질적 검증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70세 이상 운전자가 주행능력 재심사에서 기준에 미달하면 거주지 인근에서만 운전할 수 있게 제한한다. 일본도 75세 이상 운전자는 실제 자기 차량을 운전하는 기능시험을 봐야한다. 미래에 벌어질 대형 사고를 우려한다면 우리도 정교하고 치밀하게 대비해야 한다.

노인들은 생계유지와 자존심 등을 이유로 면허 반납을 꺼리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현금성 혜택을 제공하고 있지만 면허 반납률은 2%대에 그치고 있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운전을 제한해서는 안 될 일이다. 운전 여부는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의 이동권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다. 같은 고령자라도 정신적·신체적 건강 상태가 천차만별이고, 젊은이 못지않게 건강한 노인도 적지 않다. 연령대를 특정하기보다 운전 능력을 기준으로 안전을 확보하는 실효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또한 어떻게 이런 사고가 났는지에 대한 의문점도 한둘이 아니다. 사고 차량은 웨스틴 조선호텔 지하주차장을 나오며 급가속하기 시작해 4차로 도로를 넘었고, 음식점들이 몰려 있는 일방통행 도로를 고속으로 역주행하며 사람·오토바이·차량 등과 잇따라 부딪쳤다. 이어 9차로 세종대로를 가로질러 덕수궁 쪽에 멈춰섰다. 질주한 거리가 무려 200m가 넘는다.

사고 운전자는 경기도의 한 버스업체 소속 촉탁직 기사로 확인됐다. 올해 68세로 1974년 버스 면허를 딴 뒤 시내버스와 트레일러를 몬 40년 경력의 베테랑 운전자다. 경력에 비춰 믿기 힘든 사고가 난 만큼 음주운전이나 약물 복용 등이 의심됐지만 사고 직후 간이검사에선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운전자는 “출발할 때부터 차가 이상했고,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전혀 듣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하지만 급발진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많다. 특히 CCTV에 찍힌 부드럽게 멈추는 장면은 전형적인 급발진에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 모습이다. 건물이나 차량 충돌 후 더 나아갈 수 없게 되거나 전복돼 멈추는 경우가 급발진의 대부분이라는 게 차량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반면에 충돌 과정에 차량 전자장치가 꺼졌다 다시 켜지며 리셋되는 경우도 있어 마지막 모습만으론 단정짓기 이르다는 반론도 있다. 경찰과 국과수가 철저한 분석을 통해 진위를 가려야 한다.

역주행하는 동안 회피 동작을 하지 않은 점도 의문이다. 보통 운전자는 마주 오는 차량이나 보행자와 부딪칠 위험이 있을 땐 핸들을 꺾기 마련인데, CCTV나 블랙박스에 찍힌 모습에선 이런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운전자가 현재 갈비뼈 골절로 입원 중이지만 이 부분은 명확히 소명돼야 한다.

일각에서는 미리 운전 미숙으로 단정짓고 고령자 운전 제한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여러 규정상 65세부터 노인에 포함되지만, 요즘 68세를 일률적으로 운전하기 어려운 고령자로 구분하는 것은 무리다. 특히 고령자 이동권에 대한 고려 없이 연령 기준만으로 운전을 제한하는 것은 쉬운 방법이긴 하지만 근본적 해결책은 될 수 없다. 다만 고령 운전자의 사고가 점차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인 만큼 이번 참사를 계기로 종합적 대책을 강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가슴이 두근"…계속된 '사회적 참사' 집단 트라우마 호소하는 시민들
아리셀 화재·시청 역주행 등 사회적 재난 누적되면서 심리적 트라우마↑…日 등 
재난 선진국, 체계 일원화…전문가 "국가적 차원 적극 지원해야"

"횡단보도를 건널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려요."서울 중구 인근에서 직장을 다니는 L씨(29)는 7월1일 발생한 서울지하철 시청역 인근 역주행 교통사고 때문에 길을 건널 때마다 긴장이 된다고 털어놨다. L씨는 "평소 사고 현장 인근에서 회식하거나 저녁 약속을 잡을 때가 많아 남의 일 같지 않다"며 "횡단보도 앞에 설 때마다 손에 땀이 나고 인도를 걸을 때도 괜히 상가 등 건물에 붙어 걷게 된다"고 토로했다.

최근 아리셀 화재, 시청역 역주행 교통사고 등 사회적 참사가 연이어 터지면서 심리적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이원화된 국가 상담지원 체제, 트라우마 고위험군 지원 예산 전액 삭감 등 관련 지원은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2주 연속 사회적 참사…직·간접 경험 시민들 불안감 호소

최근 2주간 다수 사상자가 발생한 사회적 참사가 연달아 발생해 고통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6월25일 리튬 배터리 폭발로 대형 화재가 일어난 경기 화성 아리셀공장 사태에선 23명의 사망자와 8명의 부상자가 발생했고, 7월1일 저녁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선 제네시스 승용차 역주행 사고에선 9명이 숨지고 보행자 등 7명이 다쳤다.

재난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면서 이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시민들이 불안함을 호소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국가트라우마센터에 따르면 재난경험자는 재난으로 인해 직접적 충격이나 손상이 된 피해자뿐만 아니라 재난이 일어난 지역사회 거주자, 매스컴이나 대중매체로 간접 스트레스를 겪는 사람까지도 가리킨다.

이들은 자율신경계 각성으로 인한 심박동 증가, 소화 기능 저하 등 신체 반응뿐만 아니라 불안감과 우울함, 절망감 등을 동시에 겪기도 한다.7월3일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공사 가림막으로 막아 놓은 사고 현장을 안타까운 표정으로 응시하던 C씨는 "일 때문에 (9명이 사망한) 이 길을 맨날 지나다닌다"며 "요즘엔 TV 보다가 사고 재구성 영상이 나오기만 해도 가슴이 덜컹해 그냥 채널을 돌린다"고 고개를 저었다.

7월1일엔 사고 당시 폭발음을 듣고 대피한 것으로 알려진 아리셀 공장 직원이 트라우마를 호소하며 병원에 이송되기도 했다.서울의 한 자치구에서 운영하는 정신 상담센터 관계자는 "최근 여러 사건이 발생하면서 두통, 가슴 두근거림 등을 호소하는 전화가 많이 걸려 온다"며 "전화상담, 대면 상담 예약 등을 진행해 순차적으로 일정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 공간에서도 편집 없는 사고 영상 등을 본 사람들이 심리적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6월27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 다문화공원에 마련된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사고 추모분향소'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도 장기화하고 치료가 병행되지 않을 경우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장을 지낸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일상 공간이 위험해지는 비정상적 상황에서 보이는 정상적 반응"이라면서도 "3일 이상 불면증 등 경고신호가 오면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전에도 코로나19, 이태원 참사 등 사회적 재난이 누적되며 시민들의 트라우마 경험이 빈번해지는 만큼 보다 촘촘한 국민정신 건강 지원 체계의 마련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는 지적이다. 대표적 개선책 중 하나로 언급되는 것이 지원 기관의 일원화 필요성이다.

현재 한국은 보건복지부 산하의 국가 트라우마센터와 행정안전부 산하 재난심리지원센터라는 이원화된 시스템으로 나눠 재난 정신건강을 지원하고 있는데, 이를 미국, 일본 등 재난 대처 경험이 풍부한 국가처럼 일원화해 장기 치료가 필요한 심리적 트라우마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은 2006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이후 국토안보부 산하 연방재난관리청으로, 일본의 경우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후생노동성 산하 재난 정신 의료지원팀(DPAT)으로 일원화해 중장기적으로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시민들을 관리하고 있다.

전덕인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간접경험도 심하면 PTSD 전조 증상처럼 나타날 수는 있지만 대부분 시간이 흐르면 해소된다"며 "다만 이같은 증상이 오래가면 정신적 취약계층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어 민간, 공공 지원을 가리지 않고 조처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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