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문화센터 건립 목적에 맞지 않는 고층 건물 건축은 절대 안돼…건축허가 재고를 요청함
민병찬 교수 /국립한밭대학교 전(前) 산업대학원장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대덕문화센터(옛 대덕롯데호텔)가 2024년 3월 매매대금(계약금 포함 920억 원)을 목원대 측에 완납함으로써 3월에 소유권은 부동산업체의 A시행사로 넘어갔다. 1993년 대전엑스포 개최를 계기로 건물이 준공되어 대덕연구단지 내 과학자와 시민들의 삶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필자가 해외에서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여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재직 당시에 외국 및 외부에서 손님이 오시면 이곳으로 모셨고, 갤러리와 아트홀 등이 잘 마련돼 있어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이곳에서 꿈을 키우고 어른들은 문화생활을 즐겼던 곳이기도 하다. 더구나 볼링장 등이 있어 과학자 및 일반 시민에게는 ‘힐링의 장(場)’이기도 해서 많은 추억이 서린 곳이다.
대덕문화센터는 정부가 대전을 ‘과학기술문화도시’로 조성하겠다는 청사진에 따라 1993년 10월 대덕연구단지관리본부(현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가 1993년 건립한 대덕과학문화센터는 호텔로 사용되다가 2003년 목원대 법인에 인수됐다.
건립 10년 후인 2003년 10월 목원대가 이를 예술대학캠퍼스로 활용하고자 매입했지만, 상업지구에서 교육용 부지로 용도변경이 이뤄지지 않아 다시 10년이 흘러 2013년에 매각을 공식화한 후 현재에 이르렀다. 대덕문화센터는 2015년 한차례의 매각과 계약 파기, 소송 등을 거쳐 8년이 지난 뒤 2023년 7월 A시행사에 재매각됐고, 시행사는 몇 차례 잔금 납부를 미루다 결국 2024년 3월에 잔금을 모두 지불했다.
또한, 대덕문화센터는 대덕대로와 인접한 대전시 유성구 도룡동 382번지에 위치해 있으며 1만 4700㎡의 부지에 전체 연면적 14만 3400㎡, 지하 1층 지상 9층 규모로 조성됐고 대덕특구에서도 '노른자 중의 노른자 땅'으로 평가받아왔다.
2015년 일반 사기업에 매각되었을 당시 대덕특구에 위치한 17개 정부출연기관의 기관장과 도룡동 일대 600여 년간 세거지(世居地: 집성촌)로 살아온 여흥 민씨(驪興 閔氏) 종친회 등도 ‘대덕과학문화센터 재창조추진위원회의 취지'에 공감을 표했었다.
당시 대덕과학문화센터 재창조추진위원회의 취지의 요지는 "대덕문화센터에 고층건물이 들어서면 대덕연구단지 정체성의 부정과 더욱이 정부시책으로 만들어진 이곳이 난개발로 더 이상 망가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고 많은 시민들이 공감을 표시했다는 점이다.
더욱이 연구단지 조성 사업의 국가시책에 동의하며 조상 대대로 내려온 선산을 선뜻 내놓은 여흥민씨 종친회도 최초 취지에 맞지 않는 건축물이 들어서는 것을 적극 반대하며 당시 문중종원을 비롯한 시민들 3,500여 명에게 서명을 받은 바 있다.
9년 전 대덕과학문화센터 재창조추진위원회의 취지문에서 보듯이 과학인의 공간인 공공성이 있는 건축물로 재건립의 필요성을 정부 및 대전시 등 관계기관에 여러 차례 피력하였으나 실제 매각은 민간기업을 중심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대전시에도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2024년 3월29일 모 일간지 언론 보도에 의하면 A시공사는 34층 아파트 4개 동(400여 세대), 7층 규모의 오피스텔 1개 동(30호) 등을 조성하기 위해 지자체에 주택건설사업 승인을 신청한 상태라고 했다.
그리하여 현재 이대로 건축허가가 난다면 밑바닥 지반에서 100여 미터 높이에 이르게 되는데 결국은 고층 건물로서 화봉산 정상의 높이와 같거나 더 높을 것으로 추측되는 바, 가뜩이나 높은 지대에 위압적으로 건물이 자리 잡으면 주변의 스카이라인을 다 망가뜨려 ’과학 동네‘ 마을을 더욱 살풍경으로 만들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더욱이 현재도 출퇴근 시간이면 문화센터 앞의 삼거리는 항상 교통체증 병목현상으로 시민들의 불만이 큰데 거주가구수 400여 세대와 오피스텔 등에서 나오는 유동인구로 인해 일시적 병목현상을 넘어 늘 교통 정체현상이 야기되는 도로교통량 개선 정책 실패의 책임은 누가 지는가?
지금이라도 공인기관에 도로교통량 및 교통밀도에 관한 정밀조사 의뢰를 통해 최소한 미래 50년을 내다볼 수 있는 건축물 설계의 인허가 타당성이 요구된다. 따라서 도로계획에 기반한 건축설계에 적용되는 교통용량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등을 정확히 분석하여 법적인 규약보다 ’연구개발특구‘라는 특수성을 고려하여 건축용적률 적용 검토와 건축허가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 청취가 필요하다고 사료된다.
또한, 대전시민들의 건강힐링을 위한 화봉산 등산객의 조망권 확보 등 시민의 입장에서 탁상공론(卓上空論)이 아닌 적극 현장 행정을 펼쳐주길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이대로 당초 문화센터 건립 목적에 맞지 않는 고층 건물이 들어서게 되면 후손들에게 되돌이킬 수 없는 환경파괴 등의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대전시장과 유성구청장께 신중히 건축허가의 재고에 대해 묻고자 한다.
※본 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