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층건축물 건립에 따른 ‘빌딩풍(風)’에 의한 자연환경 파괴는 심각하다
-환경생태계에 영향주는 바람의 풍속값과 풍속의 출현 빈도 등 엄밀히 적용, 고려해야
-미래 100년 대계를 고려해 후세들에게 물려줄 자연환경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민병찬 교수 / 국립한밭대학교 前 산업대학원장
40여년 전만 해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지어진 18층 미성아파트는 초고층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에 20~30층의 아파트들이 대량으로 지어지면서 초고층의 기준은 20층 이상, 30층 이상으로 계속 높아졌다. 최근엔 보통 35층 이상을 초고층 아파트라고 부른다. 따라서 시행사 A업체는 구(舊) 대덕문화센터 부지(도룡동 382번지)의 주택건설사업계획 신청서에 지상 34층 건축 예정으로 대전시 및 유성구청에 건축허가와 관련한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와 관련해서 필자는 직접적으로 본 택지의 건축물 고층건물 건립과 직접적으로 관계되는 이해당사자인 종중의 여흥민씨 운촌공파 및 사죽공파 감사직을 맡고 있는 관계로 누구보다도 선대조의 숭조숭모(崇祖崇慕) 유훈 중 하나인 선대조 묘소와 선산의 자연환경을 지키는데 어느 누구보다 책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건축에 있어 초고층 또는 고층 아파트는 일반 아파트보다는 훨씬 조밀한 성격의 시멘트를 사용해서 건축하는 관계로 자연 통풍이 잘 안된다. 일반 아파트는 굳이 창문을 열어놓지 않아도 시멘트 사이로 공기가 드나들기 때문에 환풍이 된다. 반면 고층아파트는 성질이 다른 시멘트를 사용하다 보니, 일부러 환기를 해주어야 한다.
그런데 자연환기가 아니라, 인공 환기를 계속해줘야 하기 때문에 전기가 계속해서 투입될 수밖에 없다.자연통풍이 어려운 구조로 설계돼 있어 환기를 시키기 위해 공기청정기를 가동해야 한다. 게다가 최근 지어지고 있는 고층 아파트는 외관과 조망을 확보하기 위해 탑 모양의 통유리로 지어지고 있는데, 통유리 구조는 온실효과로 냉방 시설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런 에너지의 소모로 일반 아파트에 비해 5배 이상의 전기를 사용하는 결과뿐만 아니라 특히, 여름에 대부분의 고층 아파트가 엄청나게 무덥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냉방을 계속해주어야 한다. 그 결과 엄청나게 많은 전기를 소비할 뿐만 아니라 냉방기 등의 사용으로 인해 밖으로 내뿜는 열기는 상상을 초월하는데, 이대로 건축허가가 난다면 주변 화봉산 산하의 자연환경 파괴는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고층아파트로 인해 생기는, 흔히‘빌딩풍(風)’이라고 일컫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거대한 건물 주변에서 발생하는 강풍에 의한 환경 장해(障害)이다. 수많은 실태조사에 의하면, 강풍에 의한 환경 장해는 결코 고층건물의 주변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건물 간의 배치 관계에 따라 10층 정도의 건물 주변에서도 발생한다. 빌딩풍에 의한 풍해(風害) 문제가 자주 발생하는 곳은 저층건물들 사이에 큰 고층건물이 건설된 경우이다.
상공의 강한 기류가 고층건물에 의해 막혀서 지상으로 흘러든다. 도심 내 강풍발생의 전형적인 세 가지 패턴에서 첫 번째는 건물의 코너에서 발생하는 박리기류, 두 번째는 고층건물 저층부에 설치되는 필로티(Pilotis) 등의 좁은 장소에서 발생하는 통과기류, 세 번째는 풍상(風上: 바람이 불어오는 쪽)의 저층건물과 풍하(風下: 바람 받는 쪽)의 고층건물과의 사이에 발생하는 건물 사이의 역류가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표현하는 바람이 강한 장소, 약한 장소는 그 장소에서 풍속값의 대소만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바람이 부는 빈도도 포함되어 있다. 바람에 의한 피해는 순간적인 강풍이 원인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순간적인 강풍이 부는 빈도와도 매우 깊은 관계가 있다고 생각된다.
풍(風)환경평가에는 풍속의 크기와 빈도를 조합한 기준이 필요하고, 이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을 기준으로 한다. 환경생태계에 영향을 주는 바람의 풍속값과 풍속의 출현 빈도 등에 대해서도 대전시에서 실시하는 건축경관통합심의평가, 교통영향평가 등 주변환경영향평가에서 심도있게 검토해야 한다.
지금으로부터 50여 년 전에는 화봉산 및 의성산 일대가 조선 소나무 일색으로 생태계를 이루었는데, 현재에는 주변 환경의 생태계 변화로 인해 자연환경이 변해서 아카시아나무 등 일색으로 변한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다 구 대덕문화센터 자리에 지표로부터 100미터(34층) 이상의 고층아파트가 건립된다면, 생태계 파손은 더한층 가속화되어 50년 후의 미래를 내다볼 때 주변 일대에 자생하는 식물들의 생태계는 완전 무너질 것이 자명하다.
그간 그나마 생태계 보존으로 주변에 모셔져 있는 500기 이상되는 묘소 등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이 지역에 무리한 고층아파트 건설이 강행된다면 주변생태계 파괴는 물론, 기존 주변 마을에 이미 형성된 건물 스카이라인과 맞추어지지 않으면 고층아파트 건립으로 인한 심리적 위압감뿐만 아니라 기존의 주거환경에 일조, 통풍, 정온, 청정한 대기, 조망, 압박감 등 자연 환경이익이 크게 침해된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환경이익이 인위적이고 무분별한 건축행위 등으로 인해 자연생태계가 무분별하고 부당하게 파괴되는 경우의 책임은 대전시장과 유성구청장의 행정책임자로서 건축허가권과 관련해 그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잘 알다시피 자연환경은 한번 파괴되면 쉽게 복원할 수 없고, 설사 복원하더라도 오랜 시간이 걸리고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게된다.
더구나 지금은 친환경 행정과 정책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건축허가에 앞서 다양한 환경영향 평가에 대한 세심한 검토를 통해 미래 100년 대계(大計)를 고려해 후세들에게 물려줄 자연환경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한다.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 지역 자연환경의 혜택은 살아있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길게는 500여년 전부터 자손 대대로 자연환경을 잘 보존하며 살아오고 있는 주민들의 생존과 직결된 중대한 사안이다.
지하에서 잠들어 계신 선대조 조상님들의 묘소와 선산을 관리하는 여흥민씨 운촌공 산하 각 소종중 이해 당사자를 비롯한 화봉산 및 의성산 등반객들의 건강권과 조망권 훼손 등으로 인한 주변 마을 주민들과 아무런 합리적 타협도 없이 그 환경이익을 박탈하거나 부당한 자연환경 악화를 강요당하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중대한 사태이다.
특히 이로 인한 380여전년부터 내려온 대전광역시 소재 문중 중에 유일한 3세7효(三世七孝: 3대에 걸쳐서 7명의 효자 배출) 가문 선대 조상님들의 유문(遺文)과 유훈(遺訓)을 지키지 못하게 된다면 후손들의 육체적 정신적 피해는 누가 보상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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