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도시공간 혁신’ 추진…남산까지 1.6㎞ 보행로 개선…조명·장식물 통해 새 분위기
‘시장문화진흥센터’ 건립 후 공원 조성… 상권 활력 기대…동대문시장 등 계획도 수립
시설 노후화와 유동인구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울의 대표적인 전통시장 남대문시장이 도시공간 혁신으로 다시 태어난다. 인근 지역과 이어지는 구간의 보행환경이 정비되고, 국보인 숭례문(남대문)을 전망할 수 있는 옥상공원 등이 만들어진다.서울시는 남대문시장 활성화를 위해 ‘도시공간 연계 혁신사업’을 추진한다고 10월21일 밝혔다.
시장 고유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주변 지역과 함께 발전할 방안을 마련, 6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남대문시장을 보존하고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구상이다. 이번 사업은 유행처럼 우후죽순 생겨난 대형 복합쇼핑몰과 비교해 시설 낙후가 가속화하고 있는 전통시장을 보존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사업이다.
전통시장 고유의 소매 유통 역할과 커뮤니티 공간을 창출하는 공간적 혁신을 꾀하는 것이 목표다.서울시는 남대문시장과 인근 남산, 숭례문 등 역사문화 명소를 연결해 다양한 공공사업을 시행하기 위한 ‘기본계획 및 타당성 용역’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업체 선정 단계다.
공정한 심사를 담보하고자 전문가로 구성된 ‘평가위원회’도 꾸린다. 남대문시장은 숭례문과 남산, 명동, 북창동 등 서울 도심 주요 관광지와 연계가 가능해 지금도 내외국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시장 중 하나이다.
우선 남산에서 남대문시장까지 이어지는 소월로와 소파로, 회현동 골목길 약 1.6㎞ 구간의 보행환경을 정비한다. 남대문시장 골목길에 ‘걷고 싶은 바닥 패턴’을 도입하고 감성적인 공간 조명과 가로 장식물 등을 설치해 매력적인 보행 감성공간으로 조성한다.서울시는 소월로의 일부 저이용 부지를 활용, 시장 방문객과 상인을 위한 각종 지원 역할을 할 ‘시장문화진흥센터’도 건립할 계획이다.
센터 상부엔 옥상공원을 만들어 남대문을 전망할 수 있는 관광 명소이자 시장 방문객과 상인들을 위한 휴게공간으로 조성한다. 2018년에 폐쇄된 뒤 방치되고 있는 남창동 적환장(쓰레기를 임시로 모아두는 곳) 부지는 지하공간을 활용, 휴식공간으로 만든다.
향후 서울시는 동대문시장과 마장축산물시장, 청량리 일대 시장 등 다른 전통시장들에 대한 도시공간적 종합계획도 수립할 예정이다.임창수 서울시 미래공간기획관은 “시끌벅적한 전통시장은 서민의 삶이 녹아있는 공간”이라며 “앞으로도 전통시장의 도시공간적 혁신방안 구상을 통해 한국 고유 전통시장의 정체성과 활력이 주변 지역으로 확장되는 공간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정겨움 빼고 다 바꿔…남대문시장 '大변신 프로젝트'
●부활 꿈꾸는 전통시장
10월25일 서울 남대문시장 대도아케이드 상가 입구에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휴식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약 26.4㎡(약 8평) 크기의 쉼터에는 의자, 테이블 등과 함께 아기침대, 전자레인지, 손세정액 등이 구비된 수유실까지 갖춰져 있다.
옷을 고르던 중 잠시 쉬러 왔다는 김정순 씨(65·서울 북가좌동)는 “남대문시장은 상가 안의 동선이 좁아 조금만 돌아다녀도 힘든데, 깜찍한 휴식공간이 생겨 너무 좋다”고 했다. 14개월 된 아기를 데리고 온 송다희 씨(26)는 “옷값이 싸서 종종 오는 편인데, 수유실이 없어서 그동안 아기에게 젖을 먹일 때는 차안에서 해결했다”고 말했다.
국내 전통시장의 대명사인 남대문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좁고 복잡한 상가 한편에 고객을 배려한 라운지를 만든 것은 물론 신진 디자이너들에게 점포를 무료로 빌려주면서 ‘남대문 패션’의 부활을 꾀하고 있다. 유커(중국 관광객)를 끌어들이기 위해 수도권 인근 관광지와 공동 마케팅에도 나섰다.
●47년만에 고객 쉼터 설치… 변신 프로젝트를 위한 지주들의 결단
남대문시장 내에 고객 라운지가 생긴 것은 1967년 이곳 최초의 도매상가인 대도아케이드가 설립된 이래 47년 만에 처음이다. 10월20일 고객쉼터 개소식에는 김재용 남대문시장상인회장과 함께 최창식 중구청장도 참석했다. 쉼터 부지는 김 회장의 개인 부지와 시유지를 합쳐 마련했다.
김 회장이 내놓은 9.9㎡(약 3평) 땅은 점포로 임대하면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150만원을 받을 수 있는 알짜배기다. 상가 번영을 위해 개인의 이익을 희생한 셈이다. 서정일 대도아케이드 상인회장은 “작년 6월 중소기업청이 남대문시장을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선정하면서 이곳을 관광명소로 만들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고객 쉼터는 장사에만 급급했던 상인들에게 서비스 정신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디자이너 스카우트…‘남대문 패션’의 부활
‘남대문 패션’의 부활을 위해 신진 디자이너들을 대거 스카우트하고, 이들에게 점포도 무료로 빌려주고 있다. 동대문 패션 타운 출신 디자이너 10명이 운영하는 ‘버프3.4’ 매장이 지난달 여성복 상가인 퀸프라자에 문을 열었다. 퀸프라자 건물주 2명은 ‘버프3.4’를 위해 점포 10개(34㎡)를 1년간 무상 임대하고 있다.
점포 10개의 보증금은 1억1400만원, 연간 임대료는 5280만원으로, 이 역시 상가 부흥을 위해 개인의 이익을 포기한 것이다. 김현주 ‘버프3.4’ 디자이너는 “남대문 패션이 동대문을 따라가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면서도 “새로운 패션 바람을 기대하는 상인들의 바람에 어깨가 무겁다”고 말했다.
●남이섬~남대문시장 셔틀버스 운행
남이섬을 관광명소로 만든 강우현 (주)남이섬 대표도 남대문시장 변신에 일조하고 있다. 강 대표의 제안으로 10월부터 남대문시장~남이섬 간 셔틀버스가 운행되고 있다. 매주 토요일 오전 9시 리무진 버스로 남대문시장을 출발한 외국 관광객들이 남이섬을 관광한 뒤 오후 6시께 남대문시장으로 돌아와 쇼핑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남대문시장 인근의 신세계백화점도 힘을 보태고 있다. 신세계는 10월27일까지 본점 식품매장에서 ‘남대문시장 먹거리전’을 연다. 이 행사에는 중앙족발, 이남설한과, 호떡삼국지, 순희네빈대떡, 가매골손만두 등 남대문시장의 맛집 명소 5곳이 참여했다.
신세계는 홍삼 판매점인 ‘서울상회’와 선물용품점인 ‘대도공예’를 대상으로 상품 디스플레이, 마케팅 전략 등의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황명순 대도공예 사장(56)은 “상품 진열과 디스플레이를 확 바꾼 뒤 손님들이 물건 고르기가 한결 편해졌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남대문시장 현황
-상가 건물수: 41개
-취급품목 : 1700여종
-종사자수 : 5만여명
-1일 방문객 : 30만~40만명-1일 외국 관광객 :1만명
수경(水鏡) 문윤홍 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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