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약시장은 불패? ‘마피’ 붙은 곳도 생겨나
서울과 그 외 지역 간에 집값 차이가 벌어지는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청약 시장에서도 이런 현상은 뚜렷하게 나타난다. 2024년 서울과 그 외 지역의 청약 경쟁률 차이는 20배가 넘는다. 이에 따라 서울 부동산은 불패(不敗)라는 신화도 강해지고 있다. 하지만 정말 서울 아파트에서 청약만 당첨되면 무조건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서울에도 여전히 미분양을 문제를 겪고 있는 단지들이 있다
분양평가 전문회사 리얼하우스에 의뢰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1월8일까지 청약이 진행된 서울 민간 아파트의 1순위 경쟁률은 164대 1이었다. 세자릿수를 넘었다. 같은 기간 서울 외 지역의 민간 아파트 1순위 청약 경쟁률은 8.15대 1에 불과했다. 경쟁률이 무려 20배나 차이 난다. 그만큼 서울 아파트의 인기가 높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당장 최근 서울에서 청약이 진행된 단지들을 보면, 당산 e편한세상 리버파크 1순위 청약에서 57가구 모집에 1만9404건이 접수됐다. 평균 340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청약에 흥행했다. 같은 날 광운대 역세권 개발로 만들어지는 서울원 아이파크도 1순위 청약을 진행했는데, HDC현대산업개발이 힘을 많이 실은 곳이다.
● 서울원 아이파크 1순위 평균 경쟁률 14.9대 1…중대형 절반 미달
하반기 강북 청약시장 최대어로 꼽힌 서울원 아이파크가 1순위 청약에서 평균 14.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중소형 면적은 1순위 마감에 성공했지만, 최고 분양가가 16억원이 넘는 중대형 면적은 절반가량이 미달됐다.
11월27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전날 진행된 서울원 아이파크 1순위 청약에서 1414가구 모집에 2만1219명이 신청하면서 평균 14.9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소형 면적인 전용면적 59㎡와 74㎡, 국민평형인 전용 84㎡는 모두 1순위 마감에 성공했다.그러나 최고 분양가 기준 16억원이 넘는 전용 105㎡와 112㎡, 120㎡, 143㎡, 170㎡, 240㎡ 등 중대형 면적은 전체 16개 타입 중 8개 타입이 미달됐다.
서울원 아이파크 투시도. /사진=HDC현대산업개발 제공
서울원 아이파크는 전용 85㎡ 초과 중대형 면적 공급 비중이 높다. 전체 1856가구 중 중대형 면적이 1068가구에 달한다.면적별 최고 분양가는 ▲59㎡ 10억3800만원 ▲72㎡ 11억6500만원 ▲74㎡ 12억1400만원 ▲84㎡ 14억1400만원 ▲91㎡ 14억9600만원 ▲105㎡ 16억3200만원 ▲112㎡ 18억4700만원 ▲120㎡ 18억8700만원 등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이 광운대 역세권 개발사업을 통해 선보이는 서울원 아이파크는 노원구 화랑로 45길 145 일원에 지하 4층~지상 47층 6개동, 전용면적 59~244㎡ 규모의 1856가구로 조성된다.
● 서울도 미분양 안전지대 아니다
서울 신축아파트라고 해서 모두 승승장구하고 있는 건 아니다.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9월 기준으로 서울의 미분양 주택은 969가구다. 강동구가 309가구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동대문구(170가구)와 강서구(145가구)가 뒤를 이었다.악성 미분양이라고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가구 수도 537건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사실 미분양 가구 수는 이것보다 훨씬 많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이 수치는 건설사가 각 지자체에 제출한 자료로 만들어지는데, 검증할 방법이 없다. 건설사가 자료를 안내면 그냥 집계에서 빠지는 것이기도 하구요. 특정 아파트에 대량으로 미분양이 났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향후 분양이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그래서 건설사들이 있는 그대로 미분양 현황을 다 밝히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그래서 서울에서도 도시형생활주택이나 소규모 단지 말고 대형 브랜드에 대규모 단지마저 미분양 문제를 겪는 곳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 동대문구에 짓고 있는 '이문 아이파크자이'인데, 2023년 10월 본 청약을 신청받았고 이후에 무순위 계약까지 진행했는데 여전히 미분양 물량이 있다.
서울시 자료를 보면 지난 8월말까지 미분양 가구 수가 118가구였다.지난 8월 강동구에서 분양한 '그란츠 리버파크'도 문제를 겪고 있다. DL이앤씨가 시공을 맡았다. 강동구 첫 하이앤드 아파트임에도 아직 물량이 남아 있어서 선착순 동호수 지정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청약 흥행에 실패하자 계약금을 5%만 내도록 바꿨다가 최근에 추가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잔금을 원래 2025년 4월까지 냈어야 했는데 12월까지 낼 수 있도록 했다. 그때 발생한 잔금 연체비용은 대행사에서 부담하기로 했다. 또 제세공과금 빼고 분양가의 1.17%를 계약축하금으로도 주기로 했다.간신히 완판에 성공했지만 마이너스피(마피)가 붙어버린 곳도 있다. 서울 강북구의 '한화포레나 미아'인데, 2022년 4월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을 때쯤 청약을 진행했다.
미분양 물량이 쌓였지만 무순위 청약을 여러 차례 진행해 결국 완판에는 성공했다. 입주가 1년가량 남은 시점에서 마피가 붙은 매물들이 나오고 있다. 전용 80㎡ 물건이 마피 7000만원까지 해서 10억2000만원 정도에 나와 있는데, 분양 당시 이 평형의 최고가격이 10억8415만원이었다.
서울원의 청약 성적표가 좀 애매하다고 했는데 지금 분양 물량을 다 털어내지 못한 그란츠 리버파크와 1순위 청약 경쟁률이 비슷해서다. 지금 미분양 난 곳들을 보면 아무리 서울이라도 입지에 비해 분양가가 너무 비싸다는 지적이 있었다. 서울원 아이파크의 미래도 아직은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물론 고분양가 논란을 이겨내고 가격이 확 오른 아파트도 있다.
바로 최근 입주를 시작한 '올림픽파크포레온'인데 이 아파트도 2022년말 첫 분양에 나섰을 때는 흥행이 저조했습니다. 이후 각종 규제를 푼다고 한 뒤 무순위 청약에서야 완판에 성공했다, 지금은 전용 84㎡가 분양가보다 10억원이 높은 금액으로 거래가 되고 있기도 하다.
지금 미분양으로 고생하고 있는 곳들도 언젠가는 시세차익을 보는 아파트로 변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를 보면 집값 상승에 대한 피로감이 너무 쌓여 있어서 실수요자들이 미분양 아파트에 쉽게 들어가려 하지는 않고 있다. 지금은 청약과 관련한 규제가 완화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이 미분양 물량들이 당분간은 해소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래서 서울 아파트를 청약할 때도 꼭 꼼꼼히 살펴보고 도전해야 할 것이다.
수경(水鏡) 문윤홍 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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