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로 강동구 일대 집값 강세장…개발 기대감 커지며 가속도…3-3구역 시공사 선정 착수…3-2구역 조합설립 인가 등 5000가구 아파트촌 변신 시동…한남 뉴타운 20년 만에 첫삽…거여·마천도 속도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서 정비사업들이 잇달아 시동이 걸리고 있다. 2024년 11월 둔촌동에서 1만2032가구 규모 메가급 재건축 단지인 올림픽파크포레온이 입주를 시작한 데 이어 인접한 천호동에서도 여러 정비사업이 동시에 추진되며 강동구 일대 정비사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모양새다.
2월2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천호동 532-2 일대(천호3-3구역) 재개발사업조합은 14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냈다. 2월24일 현장설명회를 개최하고, 4월11일 입찰을 마감할 예정이다.
총 580가구 규모 아파트 재개발 계획을 수립하고 2월14일 시공사 선정에 착수한 서울 강동구 천호동 532-2번지 일대(천호3-3구역).
2만4620㎡ 용지에 들어설 이 단지에는 지하 3층~지상 24층 높이의 아파트 580가구와 부대복리시설이 조성된다. 공사비는 2453억원으로 책정됐다. 이 단지는 지하철 5·8호선이 교차하는 천호역과 5호선 강동역이 도보권에 있어 교통 여건이 우수하다.
잠실과 도심 등 주요 업무지구와 가까운 천호동에서는 천호3-3구역 외에도 다수의 정비사업이 연이어 진행되고 있다. 천호3-2구역은 지난해 4월 신속통합기획 재개발 조합설립인가를 마치고 400여가구 규모 재개발을 추진 중이다. 634가구로 탈바꿈할 예정인 천호3-1구역도 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동의서를 받고 있다.
한강변과 인접한 천호A1-1구역도 개발이 예정돼 있다. 2만6548㎡ 용지에 최고 40층, 747가구 규모의 새로운 주거 단지로 조성된다. 이곳은 지난해 말 공공재개발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2024년 3월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천호 A1-2구역엔 지하 2층~지상 40층 높이의 아파트 781가구가 조성될 예정이다.
‘e편한세상 강동프레스티지원’으로 재탄생하는 천호3구역은 2026년 1월 입주를 목표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더샵 강동센트럴시티’로 탈바꿈하는 천호4구역은 올해 12월 입주를 목표로 공사를 진행 중이다. 천호역 일대 마지막 퍼즐로 불리는 천호8구역도 2024년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이미 입주를 마친 단지도 있다. 영등포, 미아리와 함께 서울 3대 ‘텍사스촌’으로 불리던 천호1구역은 ‘강동밀레니얼 중흥 S-클래스’로 재개발돼 주상복합 999가구와 오피스텔 264실이 지난해 입주했다.
이같은 천호동의 정비사업 물결은 강동구 전역의 변화와 맞물린다. 고덕동과 둔촌동 등에서 대규모 새 아파트가 잇따라 입주하면서 비교적 노후하다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강동구가 정비된 주거지역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특히 1만2032가구 규모의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가 지난해 11월 입주를 시작하며 강동구 전반의 주거 환경이 크게 개선됐다는 평가다.
이러한 변화는 시장에도 반영되고 있다. 이날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값 동향에 따르면 2월 셋째 주(17일 기준) 강동구 아파트값은 0.06% 상승했다. 10주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던 지난주(2월 둘째 주)에 이어 2주 연속으로 0.06%의 상승률을 기록한 것이다. 이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상승세와도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강동구는 인근 송파구 집값 상승세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동구 대표 단지인 올림픽파크포레온 전용면적 59㎡ 분양권은 지난 1월 20억5236만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고덕 그라시움 전용 84㎡도 2월12일 신고가인 21억원에 손바뀜했다. 이는 직전 거래(1월 25일) 가격인 19억8000만원보다 1억2000만원 오른 것이다.
알짜 재개발, 한남뉴타운 20년 만에 첫 삽…거여·마천도 속도
서울 도심 재개발 기지개…정부의 도심 내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잇따라 규제 완화 결과
서울 뉴타운 중에서도 입지여건이 좋은 한남뉴타운이 20여 년 만에 첫 삽을 뜬다. 한동안 사업이 중단됐던 거여·마천뉴타운도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정부가 도심 내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잇따라 규제를 완화한 덕분이다. 크고 작은 서울의 재개발·재건축 사업지도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급등한 공사비와 탄핵 정국 등이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경의중앙선 한남역 1번 출구를 나오면 왼편으로 낡은 주택가가 눈에 들어온다. 가파른 경사지에 낡은 주택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경사지로 들어서면 조금만 올라가도 한강이 한눈에 들어온다. 기온이 올라 포근했던 11일, 경사지 주택가는 그러나 을씨년스러웠다. 주민 대부분이 떠나 오가는 사람이 없다. 사람이 살지 않는 낡은 주택은 길고양이 차지가 됐다. 뒤로는 남산, 앞으로는 한강이 흐르는 이곳이 한남뉴타운 3구역이다.
2023년 10월 이주가 시작된 3구역은 곧 철거를 앞두고 있다. 이주율은 99%. 낡은 주택을 철거한 뒤에는 지하 6층~지상 22층짜리 아파트 197개 동(6006가구)이 들어설 예정이다. 3구역을 포함한 한남뉴타운은 입지여건이 워낙 좋아 2003년 11월 뉴타운 지정 이후 주택 수요자의 관심을 받아왔다. 입주 후에는 집값이 3.3㎡당 1억원을 훌쩍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거여·마천, 강남권 내 유일한 뉴타운
알짜 중에서도 알짜로 꼽히는 한남뉴타운이 뉴타운 지정 20여 년 만에 본궤도에 오르면서 주택 수요자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남뉴타운뿐 아니라 한동안 멈춰 있던 거여·마천뉴타운과 크고 작은 재개발 구역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잇따라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완화한 덕분이다. 다만, 최근의 움직임이 실제 주택 공급으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한남뉴타운 3구역은 올봄 철거를 앞두고 있고, 4구역은 지난 1월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5구역은 시공사 선정 절차에 나섰다. 2021년 거여2-1구역 입주를 끝으로 사업이 소강상태를 보이던 거여·마천뉴타운도 다시 닻을 올렸다. 2024년 마천4구역이 이주에 들어간 데 이어 마천2구역과 마천1구역이 각각 정비구역 지정, 사업시행 인가를 앞두고 있다. 거여·마천뉴타운은 강남권(서초·강남·송파·강동구) 내 유일한 뉴타운이어서 한남뉴타운만큼 관심이 많은 곳이다. 사업이 완료되면 총 1만5000가구로 탈바꿈하게 된다.
재개발 시장에서도 금싸라기 땅으로 꼽히는 뉴타운이 움직이면서 크고 작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지도 속도를 내고 있다. 동대문구 전농9구역, 중랑구 중화5구역 등이 시공사 선정 절차에 들어갔다.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 역시 시공사 선정에 돌입했고, 염창동 우성1·2차와 삼천리아파트는 통합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공회전을 거듭하던 사업지가 전진을 시작하면서 전반적으로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고 있지만, 사업지 내 지분(새 아파트를 받을 권리) 가격은 상승세다. 한남뉴타운 4구역은 시공사 선정을 전후로 매물이 사라졌다.
이 지역 부동산중개업소와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인 아실에 따르면 4구역 내 신동아 아파트는 지난해 12월 28억원에 거래돼 최고가를 경신했다. 전달보다 2억원가량 뛴 가격이다. 4구역 내 지분 234㎡짜리 단독주택은 시공사 선정 직전 51억원에 매물이 나왔으나 집주인이 매물을 거둬들이며 거래가 중단됐다. 인근의 K 중개업소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침체에도 강남권과 마찬가지로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고 전했다. 거여동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는 김기태 사장은 “문의가 늘고 있지만 매물이 없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에도 뉴타운 등 도시정비사업지가 들썩이는 건 정부가 주택 수요가 많은 도심 내 주택 공급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영향이다. 윤석열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재개발·재건축을 통한 주택 공급을 위해 노후도 완화, 안전진단 축소 등 사업 절차 간소화를 추진해 왔다. 서울시 역시 같은 이유로 용적률(연면적을 대지면적으로 나눈 비율) 상향이나 공공기여 완화 등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키로 했다.
●서울시도 ‘용적률 인센티브’ 등 혜택
서울시는 특히 2024년 9월부터 땅값이 낮아 분양가가 저렴한 지역의 재개발 사업지에서 가구 수를 더 늘릴 수 있도록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는 ‘재개발·재건축 2대 사업지원 방안’을 시행 중이다. 가구 수가 늘어나면 주민(조합원) 부담이 줄어 사업에 속도가 붙게 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용적률 인센티브로 상계동 154-3번지 일대는 재개발조합원 1인당 추가분담금(추정)이 평균 7200만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금천구 시흥1동 871번지 일대 조합원도 1인당 분담금이 4500만원가량 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앙·지방정부의 도심 내 주택 공급 의지가 강해 경기 침체에도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진행하는 곳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추가 규제 완화도 추진 중이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 1월14일 ‘규제 풀어 민생 살리기 대토론회’에서 대규모 정비사업이나 주택사업을 추진할 때 도시공원·녹지 등 기부채납 완화를 통한 사업성 저하와 갈등을 막아달라는 시민의 의견에 대해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오 시장은 특히 “옥상, 측면, 벽면을 활용하고 녹지율을 높인 것도 공원 면적으로 포함해 기부채납을 완화하는 것을 시도 중”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재개발·재건축의 신속한 추진을 위한 ‘재개발·재건축 촉진에 관한 특례법’을 추진 중이다. 특례법은 재개발·재건축의 신속한 추진을 지원하고,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다만, 의원입법 형태로 국회에 발의돼 있지만 탄핵 정국과 맞물려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올랐던 공사비가 내리지 않는 것도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건설공사비지수는 지난해 11월 130.26을 기록했다. 공사비 상승 직전이었던 2020년 11월(100.97)에 비하면 약 30% 오른 셈이다.
이로 인해 시공사 선정에 실패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건설사가 공사비 급등을 이유로 수주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이후 신반포 4차, 삼호가든 5차, 방배 7구역 등이 시공사 선정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공사비가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공격적 수주를 하기 보다는 리스크관리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전반적으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고 있는 것도 부담”이라며 “규제가 대폭 풀리더라도 오랜 시간이 걸리는 사업이므로 투자는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오락가락 행정에 벽 만난 종로구 창신동 남측 재개발
소규모 정비사업 1~4구역…새 구청장 취임후 계획 변경…“강북 코엑스로” 통합재개발…주민 “또 10년 기다리나” 반발
최근 속도를 내는 듯했던 서울 종로구 창신동 남측 재개발 사업이 또다시 벽에 부딪쳤다. 2월1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종로구청은 2024년말 ‘창신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 정비구역 변경 및 정비계획 변경안’을 공람 공고했다.
변경안 중 핵심은 창신 1·2·3·4 도시정비형 재개발구역 중 소단위 정비·관리 방식이었던 1구역과 2구역을 각각 일반정비형 구역으로 변경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1구역은 기존 11개 소규모 단위로 나눠 개발하던 것을 2개로 합쳐 재편하는 방식이다. 2구역 내부서 4개로 나뉜 단위 구역도 하나로 합쳤다. 창신1·2·3·4구역은 청계천을 따라 흥인지문(동대문)에서 동묘앞역에 이르는 한양도성 내 일반상업지구다. 일대 용지만 10만㎡가 넘는다.
문제는 서울시가 2022년 4월 창신동 1·2·3·4구역을 소단위 정비방식을 활용해 정비구역으로 이미 지정했다는 점이다. 문화재인 흥인지문(동대문)을 끼고 있어 앙각 규제를 받는 특성을 고려한 데다 쪽방촌이 있어 통합개발이 쉽지 않다고 판단하기 때문이었다. 서울시 고시에 맞춰 1-6구역이나 1-9구역, 1-10구역 등 일부 구역은 개발 사업을 추진했다.
상황은 2022년 7월 정문헌 종로구청장이 취임하면서 급변했다. 정 구청장은 선거 당시 창신동에 ‘강북의 코엑스’ 같은 대규모 상업시설을 건립하겠다고 공약했다. 이후 종로구청은 창신동 1~4구역을 통합 재개발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했고, 결과가 작년 하반기에 나왔다. 그동안 지자체의 인허가 작업은 사실상 중단됐다.
창신동은 2007년 창신·숭인동이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돼 2010년부터 재정비사업을 추진하던 중 2013년 서울시의 뉴타운 출구 전략으로 직권 해제돼 개발이 무산된 바 있다. 1호선 동대문역~동묘앞역 노선을 기준으로 북쪽 지역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도시재생 1호 선도지역’으로 선정되면서 ‘벽화 그리기’ 논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남측 지역은 뉴타운에 찬성했던 소유주를 중심으로 재개발 요구가 꾸준했고 2022년 사업이 재개됐다. 하지만 3년 전에 통과한 정비계획을 종로구청이 갑작스럽게 변경하면서 다시 발목을 잡히는 모양새다.
재개발을 추진 중이던 토지 소유주들이나 시행사들의 반발은 계획 공개 이후 더 심해진 양상이다. 구청 방안대로 통합 재개발을 추진할 경우 주민 동의를 얻기가 더 어려워 사업 진행이 더 어렵다는 것이다. 구역마다 정비기반시설 부담이 20~30%가량 늘면서 경제성이 더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 구역에서 재개발 사업을 추진 중인 소유주 A씨는 “소단위 구역인데도 사업 동의를 다 받는 데 2년 가까이 걸렸는데, 통합 재개발로 하면 10년도 더 걸릴 것”이라며 “무엇보다도 2000년대 초반 이미 실패했던 통합개발을 왜 밀어붙이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밝혔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도로 폭 확대나 공원 조성 등과 같은 기존 계획에 없던 기반 시설까지 포함돼 있어 사업을 진행하기 더 어렵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종로구청이 공람 이후 진행한 주민설명회에서 토지 소유주들이 구청에 거세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주민들의 강한 반발에 종로구청은 난처해 하고 있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통합 재개발에 대한 주민 의견을 수렴해 계획안에 반영할 예정”이라면서도 “소단위 개발이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보완 수준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경(水鏡) 문윤홍 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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