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파트값 상승심리 견조…성장률·금리·공급 등 변수 잘 읽어야
최근 몇 년간 부동산시장은 전문가들조차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변동성이 심한 장세를 보였다. 한마디로 집값을 예측하고 투자하는 게 쉽지 않은 환경이었다는 의미이다. 『결국엔 오르는 집값의 비밀』 의 저자 김준영은 이럴 때일수록 극심한 변동성을 일으킨 원인을 이해하고, 자산 본연의 가치가 얼마인지를 제대로 해석해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그는 부동산 가격 변화의 원리가 공급과 수요에 따라 움직이는 ‘전세가’에 있다고 보고, 이를 토대로 현재 집값의 움직임과 앞으로의 변화 가능성을 상세히 예측해준다. 사실 한국 주택시장을 이해한다는 것은 전세가격, 전세수급, 전세가상승률 등에 담겨 있는 의미를 정확하게 해석하는 것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세라는 임대 형태가 주택 신규 공급과 미분양에 크게 영향을 주고, 이것이 집값의 오르내림에 결정적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러한 전세가를 토대로 시장을 분석하면서, 그 외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금리나 정책 등을 어떻게 분석해야 할지도 명쾌하게 알려준다. 그리고 수도권과 지방별 가격 흐름의 차이를 통해 투자처에 따라 달라지는 투자방법을 비롯해, 지금 부동산 투자 시 각별히 유의해야 할 점들도 소개했다.
거래량 감소에도 올해 아파트값 상승전망심리는 견조
20204년 12월 서울 주택 매매가 상승률은 0.24%를 기록했다(KB국민은행 통계 기준). 같은 해 8월 한때 서울 주택 매매가 상승률이 0.89%였던 점을 감안하면 정부와 은행의 강력한 대출 규제 공조가 성공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초 은행권의 대출 태도를 짐작할 수 있는 ‘대출태도지수’는 2024년 4분기 -27에서 올해 1분기 -1(전망치)로 급격히 완화됐다(그래프1 참조).
올해 상반기 은행의 대출 온도가 따듯해질 것임을 암시한다. 새해 부동산시장 분위기는 어떨까. 지난해 하반기 집값 상승 둔화가 대출 규제뿐 아니라, 시장 불안감의 산물이라면 올해 은행의 대출 태도가 너그러워진다 해도 분위기 반전은 어려울 테다. 반면 금융 억제만으로 형성된 둔화세라면 2025년 부동산시장은 공급 감소와 맞물려 새로운 부(富)의 기회를 안겨줄 것이다.
●우량 입지 집값 재상승 전망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서울 주택 매매거래량은 2024년 7월을 정점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그러나 하반기 감소세를 감안해도 2024년 서울 주택 매매거래량은 전년 대비 44%, 전국은 15% 증가했다(지난해 1~11월 누계 기준). 최근 3년간 통계를 보면 2022년보다 2023년, 2023년보다 2024년의 주택 거래량이 많았다. 지난해 하반기 강력한 금융 억제에도 3년 내 가장 많은 거래량이 발생했다는 것은 2022년이 저점이었음을 보여준다.
부동산 심리는 어떨까. 마찬가지로 2024년 하반기 이후 악화됐지만 집값 상승을 전망하는 심리는 크게 악화되지 않았다. 2025년 1월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101을 기록했다. 해당 지수가 100을 초과하면 집값이 지금보다 오를 것이라고 보는 소비자가 많다는 의미다. 비상계엄 선포와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졌음에도 집값 상승을 전망하는 심리는 견조한 것이다.
올해 상반기 은행권의 대출 태도가 너그러워진다면 2025년 부동산, 특히 우량 입지는 가격 재상승 궤도에 오를 전망이다.침체가 두드러졌던 지방, 특히 대구의 부동산시장 전망에도 이목이 쏠린다. “아파트 미분양 관련 뉴스에 단골처럼 등장하는 대구 부동산시장이 올해 변곡점을 맞을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이다.
부동산시장은 수도권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장기적으로 균형을 찾아가기 마련이다. 지난 20년 동안 대구의 주택 미분양 패턴을 보면 7000채가 일종의 분기점이었다. 미분양 주택이 증가한 끝에 7000채를 넘어서면 공급 과잉에 질린 시행사와 시공사가 공급을 줄였다. 그로부터 몇 년가량 시차를 두고 미분양이 7000채 밑으로 감소하면 다시금 부동산시장이 회복됐다.대구 미분양 주택은 2022년 1만4000채에서 지난해 11월 8175채까지 감소했다.
물론 이 정도로 미분양이 줄기까지 분양가 할인 및 조건 변경 등 시행사와 시공사의 상당한 출혈이 뒤따랐다. 2025년 들어서도 대구에는 여전히 아파트 단지 분양이 예고돼 있다. 분기점인 7000채 선으로 미분양 물량이 줄어들 때까지 쉽지 않은 여정이 예상된다. 시장 눈높이를 맞춰야 생존할 수 있는 매입자 절대 우위 시장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급자가 ‘착한 분양가’를 제시한다면 올해 하반기 대구 부동산시장도 반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침체 지역인 대구 미분양 물량 감소 추이 주목
대구 부동산시장에서 또 한 가지 흥미로운 대목은 이 지역이 지방의 출생아·혼인 건수 증가율 반전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대구 출생아 증가율은 지방에서 가장 높은 6.3%였고 혼인 건수 증가율은 3위를 기록했다(이상 지난해 1~11월 누계 기준). 신혼부부 증가는 단기 주택 수요에, 출산 증가는 장기 주택 수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지방 미분양 물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대구 부동산시장 추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올해뿐 아니라 내년 지방 부동산시장의 수급 여건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지방 도시 가운데 부동산시장 변곡점을 기대할 만한 곳은 강원 원주다. ‘지역발전지수’라는 지표가 그 근거다. 지역발전지수는 2007년부터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공표해온 검증된 지수로, 지방 도시의 발전 수준과 잠재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원주는 지난해 평가에서 ‘경제력지수’ 40위로 2022년(51위)에 비해 순위가 급등했다. 지난해 강원 지역 기업 투자 유치의 45%(4552억 원)가 쏠린 원주는 경제 활력을 되찾고 있다.
이 지역의 미분양 물량은 약 1000채로 적지 않지만 바이오·반도체 등 첨단산업이 경제 활력을 북돋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전북 완주군은 지역발전지수의 생활 서비스, 삶의 여유 공간, 주민 활력 등 여러 평가 부문에서 약진했다. 이 지역 대장 아파트 단지인 ‘완주 푸르지오’ ‘완주 우미린’의 국민평형 시세는 최근 2년간 3억 원에서 4억 원으로 올랐다.
인구 10만 명이 채 안 되는 완주의 대장 단지가 2년 만에 1억 원이나 오른 이유는 수소(水素) 때문이다. 지난해 3월 완주는 ‘수소 특화 국가산업단지’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기존 완주 산업단지 인근에 2027년까지 2562억 원이 투자돼 약 1652만㎡(50만 평) 규모의 국가 산단이 들어설 예정이다. 미래 산업과 관련해 대규모 투자 발표만으로 부동산시장이 활기를 띤 것으로 풀이된다.
출렁이는 시장 사이클이 아닌, 우상향하는 트렌드에서 부의 기회를 찾아보면 어떨까. 대한민국의 주거 트렌드를 알 수 있는 국토부 ‘주거실태조사’가 그것이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2023년 주거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주거의 질적 수준을 알 수 있는 ‘인당 주거 면적’이 36.0㎡로 2006년 조사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그래프2 참조). “1인 가구 증가는 주거 면적 축소로 이어진다”는 통설과 반대되는 결과다.
주거 면적 관련 통계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2020년 이후 국내 평균 가구원 수는 2.2~2.3명을 유지하고 있다. 이를 인당 주거 면적에 대입해 환산하면 가구당 주거 면적은 80㎡ 정도다. 아파트를 기준으로 한다면 전용면적 80㎡, 즉 30평형 시대가 다가오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2020∼2024년 서울의 면적별 장기 집값 상승률을 살펴보면 20~24평형이 33% 오르는 동안 30~34평형은 36%, 35~39평형은 38% 상승했다. 같은 기간 부산에선 20~24평형 집값이 18% 상승한 반면, 30~34평형은 25% 올라 더 큰 격차를 보였다(이상 부동산114 통계 기준). 지방에서 증평(增坪)에 따른 가격 상승 민감도가 큰 것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넓은 집에서 살 수 있어 ‘가성비’가 좋기 때문이다. 주거의 질적 수준이 우상향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부동산 장기투자 시 20평형대보다 30평형대를 우선 고려할 필요가 있다.
●월세 거래 비중 큰 곳 장기투자 주의
부동산시장에서 굳어지는 또 다른 흐름이 바로 임차 트렌드이다. 국토부의 전월세 거래 통계에 따르면 월세 비중은 2022년 52%에서 2024년 57%로 꾸준히 증가세다. 다만 같은 월세라도 지역과 상품에 따라 편차가 크다. 가령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 비중은 43%인 반면, 지방 비(非)아파트의 월세 거래 비중은 77%에 달한다. 전세의 월세 전환 트리거는 빌라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 ‘전세사기’였다. 지역과 상품에 따라 주거 신뢰도에 큰 차이가 생기면서 ‘월세 양극화’로 이어진 것이다.
주거 신뢰도가 높고 장기 주택 수요가 담보된 곳은 지방보다 수도권, 빌라보다 아파트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부동산 투자 포인트로 적용해보자면 월세 거래 비중이 압도적으로 큰 곳은 장기 임차 수요층이 적어 장기투자에 부적합할 가능성이 높다. 장기투자 가치를 살필 때 전월세 거래 비중을 반드시 따져야 하는 이유다.2025년 부동산 투자 포인트는 2개의 변수와 2개의 트렌드로 정리할 수 있다. 각각 은행의 대출 태도 변화와 대구 미분양, 증평 수요와 전세의 월세 전환이다.
장기적으론 경제성장과 집값은 비례…금리인하 효과, 집값 침체기 안통해
모든 시장이 그렇듯 부동산 시장도 복잡다단하다.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주는 변수들이 얽히고설켜 갈피를 잡기가 어렵다. 부동산 시장의 작동 원리는 단순한 1차 방정식이 아니라 고차원방정식이다. 어찌 보면 세상에 단순 도식만큼 무서운 일이 없다. 그래서 변수를 냉철하게 바라볼 수 있는 분석적 시각과 맥락적 사고가 필요한 것 같다.
먼저 거시경제이다. 부동산은 그 나라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하는 거울이다. 부동산 가격은 그 나라 경제가 좋으면 오를 것이고 나쁘면 내릴 것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거시경제와 부동산 가격은 비례관계에 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이런 도식은 빗나갈 수 있다. 미국의 전설적인 투자자인 벤저민 그레이엄이 “시장은 장기적으로는 계량 기계이지만 단기적으로 투표 기계”라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2.1%에서 올해는 1%대 중반(주요 글로벌 투자은행 8곳의 평균 전망치 1.7%)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그렇다면 집값도 크게 떨어질까.
결론적으로 경제적 위기로 역성장을 하지 않는 한 경제성장률 하락만으로 집값이 내려간다고 단정하는 것은 오류를 낳을 수 있다. 경제성장률 둔화는 집값의 하락 요인이지 반드시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 해 집값을 전망할 때 거시경제는 중요한 변수이지만 이것만으로 예단하면 착오를 부를 수 있다.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오히려 금리를 낮춰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면 집값이 오르는 현상(화폐적 경기순환론)도 자주 나타난다. 특히 요즘은 부동산 시장 분화 현상이 강해 지역마다 집값 흐름이 다를 수 있다.
투자재 성격이 강한 수도권 아파트시장이라면 통화량(M2)이나 금리, 대출 규제 등의 금융변수에 좀 더 무게중심을 두는 게 낫다. 다만 조선이나 중공업이 특화된 지방 공업도시에선 지역경제 흐름이 결정적인 변수가 될 수 있다. 실수요 성격이 강해 경기 호조로 소비자의 구매력이 살아나야 집값도 오를 수 있다(실물적 경기순환론). 지역별 경제적 특성을 고려해서 주택시장도 달리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입주 물량이 많고 적음으로 시장 흐름을 단정 짓는 것도 위험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4만8000가구 정도로 지난해(3만7000가구), 10년 평균(3만8000가구)보다 1만 가구 정도 많다. 입주 물량만으로 따질 때 올해 서울 전세시장은 공급이 늘어나므로 안정될 가능성이 있다. 전세시장은 투기적 수요 없이 현재의 수급만을 반영해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통계 분석 결과 특정 지역에 대규모 아파트가 입주하면 입주일로부터 3~6개월간 집중적으로 충격을 준다.
하지만 인접 지역인 경기도와 인천시 올해 입주 물량이 지난해보다 줄어 서울 전세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전세수요가 이동할 수도 있어서다. 매매시장은 전세시장보다 다차원적 접근이 필요하다. 당시 입주 물량 외에도 정치 경제 환경이나 개인의 미래 기대, 손실 회피, 처분 효과 등 심리적 요인도 작용할 수 있다. 늘어나는 상경 투자도 생각해야 한다. 따라서 입주 물량의 변화만으로 집값을 예단하면 낭패를 보기 쉽다.
가계 부채도 한번 보자. 전세 보증금을 포함한 가계 부채를 추정하면 국내 가계 부채가 3000조원에 육박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가계 부채가 위험수위에 도달해 위태로운 것은 맞다. 하지만 가계 부채가 많다고 집값이 이제 내려갈 날만 남았다는 주장은 논리가 빈약하다. 가계 부채 발 집값 급락설은 2010년대 초반 800조원일 때부터 나돌았다. 2025년 현재 그때보다 아파트값이 서울지역에선 2~3배 올랐다. 가계 부채의 위험성을 무시하자는 것은 아니다.
가계 부채는 마치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성인병’이다. 야외 활동 중 갑자기 기온이 크게 내려가거나 무리를 하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하지만 잘 관리를 하면 자연 수명을 누릴 수 있다. 2022년 미국발 고금리 쇼크처럼 큰 악재가 터지면 모래성처럼 무너질 것이다. 하지만 그런 돌발적인 쇼크가 금세 닥칠 수도 있고, 한참 있다가 올 수도 있다. 한국 경제의 복병인 가계 부채는 주택시장의 위험 요인이지 반드시 곧바로 급락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한동안 건설사 프로젝트 파이낸싱 (PF) 위기설이 나돌면서 집값이 급락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사람이 많았다. 위기설은 두루뭉술하게 바라보기보다 그 실체를 면밀히 해부할 필요가 있다. PF 문제와 기존 주택시장의 연결고리를 제대로 파악해야 하는데, 직접적인 관계보다 간접적인 관계이다. 말하자면 두 시장은 한 다리 건너서 존재한다. PF 문제로 집값이 급락하려면 건설사나 시행사의 대량 부도 사태가 터져 대량 실업이 발생하거나 시중 금리가 크게 올라야 한다.
부산저축은행 사태가 터졌던 2011년 부산 아파트값은 실거래가 기준으로 16.5% 올랐다. 공기업이 대거 들어선 혁신도시 건설에 대한 기대감이 PF 부실 사태를 압도할 정도로 강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PF 위기설이 나돌았지만, 전국과 서울 아파트값은 실거래가 기준으로 각각 1.93%, 8.31%(1~11월, 한국부동산원) 상승했다.
마지막으로 금리 문제. 일반적으로 금리가 낮아지면 집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모든 구간에서 이런 생각이 현실화하는 것은 아니다. 집값 하락 심리가 팽배할 때는 ‘금리 인하 =집값 상승’이라는 등식이 잘 성립되지 않는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번이나 낮췄지만, 지방 아파트값은 실거래가 기준(1~11월)으로 0.91% 떨어졌다. 지역경제 여건이 금리 인하보다 주택수요자의 의사결정에 더 강한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제 여러 변수를 종합해 스스로 전망을 해보자. 내가 분석가라고 가정하고 객관적으로, 그리고 균형적으로 변수를 조합해보라. 여러 변수 가운데 핵심 변수에 무게중심을 두고 부차적 변수는 줄이는 분별력도 중요하다. 그러면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인지 아니면 내릴 것인지, 그 폭이 어느 정도 될 것인지 가늠될 것 같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