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전투비행장 화성이전 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 화성시 매향리평화공원서 홍보부스 운영하며 시민 참여 독려…“지역 주민·생태 모두 죽이는 신공항, 필요 없다” 신공항백지화연대 출범
경기 화성특례시로 수원군공항 이전을 저지하는 시민사회 캠페인이 활발히 지속되고 있다. 3월22일 화성 지역 시민단체인 '수원전투비행장 화성이전 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 상임위원장 이상환)는 화성시 우정읍에 있는 매향리 평화공원에서 수원 군(軍)공항 화성 이전에 반대하는 공감대 확산을 위한 홍보행사를 진행하면서 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냈다.
이날 범대위는 화성의 관광진흥과 매향리 생태역사 체험 프로그램을 연계해서 평화기념관을 찾는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캠페인을 전개하였다. 수원 군공항 이전의 부당성을 알리고 이전 반대 메시지를 전달하는 등 시민들의 호응과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취지에서다. 홍보와 함께 군공항 이전 반대 범시민 서명운동도 병행됐다.
화성시 매향리 평화공원에서 수원군공항 화성이전 반대를 위한 홍보캠페인을 하고 있다. /범대위 제공
●생태계 보존과 평화의 공간 지키기
범대위는 캠페인을 통해 수원군공항 화성 이전의 부당성을 널리 알리고 이전 반대 메시지를 강력히 전달하며 시민들의 공감대를 확산시키는 데 주력했다. 특히, 캠페인과 함께 진행된 범시민 서명운동에는 약 300여명이 참여해 깊은 관심을 보였다.
범대위 이상환 상임위원장은 "수원군공항 이전과 경기국제공항 건설 후보지로 거론된 화옹지구 일원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철새의 안식처이자, 자연이 만들어 낸 아름답고 소중한 생태계의 보고(寶庫)"라며 "지난 54년간 미(美) 공군 폭격훈련장으로 악용되었다가 힘겹게 되찾은 평화의 공간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곳에 민·군(民軍)통합국제공항 건설을 내세우는 주장과 시도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화옹지구는 환경적인 가치뿐만 아니라 역사적인 의미도 깊다. 과거 폭격훈련장으로 사용되었던 이 지역은 오랜 노력 끝에 자연 생태계 복원과 평화의 공간으로 탈바꿈했으며, 현재는 생태와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귀중한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범대위는 이러한 곳에 생태계를 무자비하게 파괴하는 군공항 건설이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것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범대위, 찾아가는 홍보부스로 지속적인 활동 계획
범대위는 앞으로도 ‘찾아가는 홍보부스’를 통해 수원군공항 이전 반대 서명운동과 홍보캠페인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시민들의 적극적인 호응과 참여를 더욱 확대하고, 군공항 이전 반대를 위한 여론을 형성하는 데 힘쓸 예정이다.이번 활동은 단순히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모으는 것을 넘어, 환경 보호와 지역의 역사 보존이라는 보다 큰 가치와 의미를 담고 있다.
범대위는 이러한 가치를 바탕으로 수원군공항 화성이전 반대를 위한 활동을 지속해 나갈 예정이다.한편 이번 캠페인은 지역사회와 환경 보호를 위한 시민단체의 적극적인 활동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경기 道의원, 수원軍공항 이전지원 조례안 입법예고…화성시민단체 ‘강력반발’
이상환 화성시 범시민대책委 위원장 “대규모 반대 집회 추진 등 총력 대응”
화성시 시민단체 수원전투비행장 화성이전 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 상임위원장 이상환) 가 ’수원군(軍)공항 이전지원 조례안’을 수원시 지역구 경기도 의원이 입법 예고하자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경기도의회 건설교통위원회 문병근 의원이 추진 중인 경기도 군공항 이전지원 조례안을 입법예고한 것에 대해 강력한 반발과 저항이 예상된다.
3월26일 경기도의회 및 범대위 등에 따르면 조례는 경기도 내 군(軍)공항 이전 시 이를 지원하기 위해 국방부, 공군본부 등과 협의 및 대응을 위한 대외협력관 및 원할한 군공항 이전사업 추진을 위해서 ‘경기도 군공항 이전 자문위원회’의 설치·운영에 필요한 사항들을 규정하기 헌 것이라고 제정 이유를 밝혔다.
‘경기도 군공항 이전 지원 조례안’이 입법예고되면서 이에 대한 강력 반발이 예상된다. 수원군공항 화성 이전 반대 집회 모습. /범대위 제공
주요 내용은 군공항 이전사업의 원할한 추진을 위해서 군공항 이전 자문위원회를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젔다.
특히 ‘경기도 국제공항 유치·유지·건설 촉진 지원조례’와 경기도의회 공고 제2025-68호 ‘경기도 자치법규안 입법예고’(2월18일)는 4월 경기도의회 임시회에서 폐지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이상환 범대위 상임위원장은 “경기도의회가 경기도 군공항 이전 지원조례 제정을 추진하려는 것은 경기도가 또다시 수원시의 입장만을 대변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면서 “이번 조례안은 화성시와 수원시 뿐만 아니라 경기도민들의 갈등을 부추기는 처사이며 앞으로 범대위는 화성시민들과 결집해서 대규모 반대 집회를 추진하는 등 총력 대응 활동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수원전투비행장 화성이전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 홍보캠페인 지속 추진
범대위 ‘2025 정기총회’ 개최…이상환 상임위원장 “올해도 수원군공항 이전과 경기국제공항 건설 저지를 위해 총력 다할 것”
수원전투비행장 화성 이전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1월22일 오후 화성시 모두누림센터 2층 세미나실에서 2025년 정기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에는 이홍근 경기도의원, 송옥주 국회의원을 대신해 백승재 보좌관, 배정수 화성시의회 의장, 화성시의회 수원군공항 화성이전반대 특별위원회 정흥범·김영수 공동위원장, 범대위 회원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024년도 범대위 회계 결산 및 결산안 승인, 주요성과 보고와 2025년 추진계획 등을 발표했다.
수원전투비행장 화성이전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의 2025년도 정기총회가 개최됐다,
범대위 이상환 상임위원장은 “범대위의 지난해 주요 성과와 향후 계획을 공유하는 총회 개최를 뜻깊게 생각하며, 올해도 수원군공항 이전과 경기국제공항 건설 저지를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상임위원장은 최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피해를 입은 유가족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한 후, “참사의 주요 원인인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 수원군공항 예비이전과 경기국제공항 건설 후보지로 지정된 화옹지구는 무안공항보다 2배 이상의 조류가 서식하는 철새도래지”라고 강조하면서 국방부와 경기도에 후보지 지정 철회를 강력히 요구했다.
이 상임위원장은 또 민·정·관(民政官)의 총체적 협력과 대응을 당부했으며, 범대위는 앞으로도 ’수원군공항 화성이전 저지와 경기국제공항 건설 백지화‘를 위해 범시민 서명운동과 함께 홍보캠페인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계힉이라고 했다.
●화성시의회, 수원전투비행장 화성 이전 저지 범대위 총회 참석
경기 화성특례시의회는 1월22일 화성시 모두누림센터에서 열린 수원전투비행장 화성 이전 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 2025년 제8차 정기총회에 참석해 군공항 소음피해의 부당함을 지적했다.정기총회에는 배정수 의장을 비롯해 정흥범·김영수 등 시의회 수원군공항 화성이전 반대 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 및 화성시의회 의원과 이상환 범대위 상임위원장, 홍진선 공동위원장, 범대위 회원 등 90여 명이 참석했다.
화성시 의회 의원들과 범대위가 수원군공항 화성이전 반대를 촉구하고 있다. /화성특례시의회 제공
배정수 화성시의회 의장은 “수원의 군공항 소음피해를 화성 전체로 전가하는 일은 부당하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주민들과의 충분한 소통 없이 군공항 이전을 추진하도록 하는 것은 주민 간의 갈등을 유발할 수밖에 없고 무엇보다 이 점이 가장 염려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지역 주민·생태 모두 죽이는 신공항, 필요 없다” 백지화연대 출범
신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각 지역 시민·환경단체 ‘전국신공항백지화연대’ 2월10일 세종시 국토부 청사 앞에서 출범 기자회견…‘10개 신공항 계획’ 백지화 촉구…경기국제공항과 포천공항 지자체 검토와 협의 중
신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전국 각 지역 시민·환경단체들로 구성된 ‘전국신공항백지화연대’가 출범했다.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과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 등 전국 7개 단체가 모인 전국신공항백지화연대(이하 신공항백지화연대)는 2월10일 세종시 국토교통부 청사 앞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더 이상의 공항은 필요 없다. 죽음의 활주로를 멈춰라”고 외쳤다.
신공항백지화연대 설명에 따르면, 정부는 제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을 통해 10개 공항을 새로 건설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가덕도신공항과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새만금신공항, 제주제2공항 등 8개 신공항이 추진 중이고, 경기국제공항과 포천공항은 지자체 검토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전국 각 지역의 신공항대책위들과 환경단체가 2월10일 세종시 국토교통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신공항백지화연대’를 출범했다. /전국신공항백지화연대 제공
신공항백지화연대는 “기후붕괴 시대에 정부가 세운 계획이라고 도저히 믿기 힘들다”며 “일부 공항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공항은 수요가 없어 매년 만성적자를 누적시키고 유령 공항으로 전락하고 있다. 기존 공항도 문을 닫아야 할 판국에 10개 공항을 새로 더 짓겠다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전국 각 지역의 신공항대책위들과 환경단체가 2월10일 세종시 국토교통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신공항백지화연대’를 출범했다. /전국신공항백지화연대 제공
이날 기자회견에서 신공항백지화연대는 "항공 산업은 기후 붕괴와 생물다양성 붕괴를 악화시키는 대표적인 산업으로 규제해야 할 대상"이라고 지적하고 "세계 각국은 공항을 줄여나가고, 증설계획을 취소하며, 단거리 노선을 규제하기 시작했다"며 세계 각국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이어 이들은 “공항 계획이 난립하는 이유는 정치인들이 지역 표심(票心)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공항 건설을 공약하며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라며 “무책임한 정치인들의 개발 망령(亡靈)이 지역민의 숙원사업으로 둔갑해 전국 곳곳을 뒤덮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공항 사업들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통한 국가균형발전은커녕 국가 예산을 낭비하고, 지역경제에 부담만 가중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할 것”이라며 “신공항 계획부지들은 대부분 철새도래지에 있어 대규모 생태학살을 불러올 뿐만 아니라 항공기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 사고가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신공항백지화연대는 “기후 붕괴와 생물 다양성 붕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생존 위기에서 정부와 지자체가 해야 할 일은 공항 건설이 아니라 이러한 재앙에서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일이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각 지역을 넘어선 전국적인 연대를 통해 각 지역 신공항 계획의 허구성을 널리 알리는 토론회를 열고, 불필요한 신공항 사업을 철회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물새 15만마리 찾는 화성습지…“신공항 건설, 국제지침 위반”
‘철새 이동 전문가’ 나일 무어스 박사가 본 화성습지…유엔기관 “8㎞내 철새도래지 없어야” 했는데…“신공항 정말로 필요한지부터 따져 물어야”
바다는 멀어졌지만, 물은 여전히 생명을 키워내고 있었다.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 화성호의 잔잔한 수면 위로 반짝이는 은빛 물결이 갑작스레 몰아쳤다. 한 무리의 민물도요가 수면 위에서 휴식을 취하다 한꺼번에 날아오른 것이다. 근처에 흰꼬리수리 한 마리는 얼음 조각 위에 자리잡고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다. ‘끼익 끼익’ 울어대는 큰부리큰기러기들의 울음을 들은 흰꼬리수리가 바쁘게 날개를 파닥였다.
“유조(幼鳥; 어린 새)예요. 아주 배가 고픈 것 같네요.” ‘철새 이동 전문가’인 나일 무어스(Nial Moores) 박사가 단안망원경을 주시하며 말했다.
영국 출신인 무어스 박사는 1990년부터 동아시아 철새와 습지보호 운동가로 활동해왔다. 일본에서 주로 활동하다 1998년 한국으로 이주하면서 국내 환경단체들과 함께 갯벌·조류 연구를 진행했고, 2004년 야생조류 보전단체 ‘새와생명의터’를 운영해오고 있다.
야생조류 보전단체 ‘새와생명의터’ 대표 나일 무어스 박사는 경기도의 경기국제공항 건설 계획과 물새의 생태·조류충돌 위험 등에 관해 경고했다.
과거 남양만이라 불렸던 이곳은 1991년부터 진행된 간척사업으로 현재는 ‘화성습지’로 불린다. 서신면 궁평항으로부터 북쪽으로 우정읍 매향리로 이어지는 9.8㎞의 방조제가 생긴 뒤 호수, 갯벌, 습지, 농경지로 거듭났다. 대규모 간척사업으로 한때 생태교란을 겪기도 했지만, 현재는 해마다 물새 15만마리가 도래하고 국제적 멸종위기 습지생물 16종이 서식하는 “전세계적으로 매우 중요한 습지”로 평가받고 있다.
국제적인 철새보호기구인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EAAFP)은 2018년 이곳을 ‘철새이동경로’로 등재했고, 해양수산부는 2021년 매향리 갯벌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화성습지는 2017년부터 최근까지 수원 군공항 이전·경기국제공항 건설 등 신공항 건설의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무어스 박사는 “지금 울음소리 들리시죠. 화성호에서 잠들었던 기러기들이 이제 낟알을 주워 먹을 수 있는 농경지로 이동할 것”이라고 했다.
무어스 박사는 경기도가 경기국제공항 후보지 3곳 중 하나로 선정한 화성습지를 가리키면서 “이곳에 공항을 짓는다면, 몸집이 크고 무리를 이뤄 이동하는 큰기러기가 빈번히 날아오르는 습지 안에 지어지게 된다”고 했다. 습지보호지역인 매향리 갯벌과도 2㎞ 거리라고 했다.
화성습지는 이동 철새의 거점이자 멸종 위기 생물의 서식지다 /화성환경운동연합
이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제시하는 ‘조류 충돌 예방지침’에 어긋난다. ICAO는 항공사·공항·조류충돌 위험을 비롯한 항공 분야 전반에 대한 지침을 발행하는 유엔기관으로, 우리나라도 1952년 가입한 이후 이들이 제시하는 규정에 준해서 관련 법들을 만들어왔다.
ICAO는 현재까지 기록된 항공기 조류충돌 사례의 95%가 지상에서 약 610m 이하에서 발생한다며, 이를 고려해 공항 반경 13㎞ 내에서는 위험 식별·방지를 위한 ‘야생동물 관리 위험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권고하고 있다. 또한 ‘조류 위험 방지를 위한 토지이용 지침’으로 공항에서 8㎞ 이내에 철새도래지(Bird Sanctuary)이나 사냥터가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 국토교통부 고시도 같은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들이 있는데도 화성습지에 신공항 건설이 거론되는 데 대해 무어스 박사는 답답함을 나타냈다. 그는 “화성습지는 한국을 찾는 도요새, 기러기들의 가장 중요한 서식지”라며 “아직 ‘람사르 습지’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이미 람사르협약의 지정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람사르협약은 특정 종(種)의 물새 개체 수 평균 1%가 도래하거나 물새 2만 마리가 찾는 곳을 지정하고 보호한다. 화성습지는 이미 정부가 지정한 습지보호구역이고 국제적으로도 람사르협약 기준을 충족하는 곳이라, 이곳에 공항을 짓겠다는 계획 자체가 국제민간항공기구 지침을 어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안타깝게도 신공항 건설 예정지가 철새도래지와 겹치는 문제는 화성습지만의 상황이 아니다. 정부는 2021년 제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현재 전북 새만금, 부산 가덕도 등 전국 곳곳에 5~10개의 신공항 건설을 추진 중에 있다. 새만금신공항 예정지는 대규모 철새 서식지일 뿐 아니라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습지 보호구역과 인접해 있다. 가덕도도 한반도와 일본 서남부를 오가는 철새들의 주요 경로로 꼽힌다.
그동안 철새 모니터링 등 과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신공항 건설에 대한 의견을 제시해온 무어스 박사는 “철새의 생태를 이해하면 철새도래지에 공항을 짓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 수 있다”고 했다. “같은 종이라고 하더라도 한국을 찾는 시기에 따라 조류의 이동 반경은 달라질 수 있어요. 예컨대 맨 처음 온 기러기가 가까운 지역의 먹이를 소비하고 나면 뒤에 오는 기러기들은 더 멀리 이동합니다.”
그나마 기러기의 이동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지만, “가창오리는 더 큰 무리를 이루고 강한 이동 성향을 보이기 때문에 충돌 위험성이 더 크다”고도 했다.
경기국제공항 후보지로 거론되는 화성습지는 해양수산부가 2021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한 매향리 갯벌과도 인접해 있다. /나일 무어스 제공
2024년12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항공기 엔진에서는 가창오리의 흔적이 발견된 바 있다.그렇다면 가창오리의 생태를 사전에 조사했더라면 참사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까? 공항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결과들이 제시하듯 조류 충돌을 ‘저감’하기 위한 여러 조처들을 충실하게 하면 안 될까? 무어스 박사는 그것이 애초에 “잘못된 질문”이라고 지적했다.
“무안공항뿐 아니라 지금 거론되는 신공항들이 지어지게 되면, 철새를 비롯해 항공기에도 심각한 피해를 일으킬 겁니다. 그렇다면, 예방을 이야기하기 전에 이곳이 조류충돌 위험성이 높은지, 낮은지 혹은 애초에 이곳에 공항이 정말로 필요한지부터 따져 물어야 하지 않을까요.”
새만금, 가덕도 등 전국 곳곳에 신공항…“자연 보전 약속과 모순”
“그 어떤 나라도 생물다양성이 우수한 이런 곳에 신공항 건설을 추진하지는 않습니다.”무어스 박사는 경기국제공항과 관련 있는 화성습지에 대해서뿐 아니라 전북 새만금신공항, 부산 가덕도신공항 등 다른 여러 지역의 신공항 건설에 대해서도 활발하게 견해를 밝히고 있다.
새만금신공항과 관련해서는 2024년 시민단체 등이 제기한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 취소소송 재판에 참석해 조류충돌의 위험성, 수라갯벌의 생물다양성 등에 대해 증언했고, 최근 다른 동료 활동가들과 함께 국제 학술지에도 이같은 내용을 담은 서신을 게재했다. 가덕도신공항 예정지의 조류충돌 위험성 보고서를 작성해 공항 건설이 시민의 안전과 생물다양성에 미칠 악영향을 알리기도 했다.
정부는 제6차 공항개발종합계획(2021~2025)을 통해 전국 곳곳에 신공항을 최대 10개까지 짓는 것을 추진 또는 검토 중이다. 이 가운데 가덕도신공항과 새만금신공항, 제주제2공항 등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고, 새만금, 가덕도 등 일부는 빠른 진행을 위해 예비타당성조사도 면제받았다.
이에 각 지역 시민·환경단체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신공항 예정지의 시민단체들이 모인 ‘전국신공항백지화연대’도 출범했다. 이들은 지난 2월24일 토론회를 열고 “우리나라 공항 건설에서 항공기 조류충돌 위험성이 부실하게 측정되고 있다”며 “국민의 안전과 생태계 보전을 위해 신공항 건설 계획은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거센 반대에도 신공항 건설이 계속 추진되는 데 대해, 무어스 박사는 한국 정부가 자연 관련 정책에서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미 ‘제5차 생물다양성전략’을 통해 생물다양성 손실을 막고 멸종위기종을 보호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며 “이는 단순히 ‘자연을 보호하자’는 구호가 아니라 유엔 생물다양성협약을 통해 국제사회에 제출한 구체적인 목표”라는 것이다.
국토의 육지·해안, 해양의 30%를 보호구역으로 정하는 국제협약을 따르겠다면서도 생물다양성이 높은 지역에 공항을 저렇게 많이 짓겠다는 것은, 명백한 모순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수경(水鏡) 문윤홍 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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