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 피해 우려 거센 반발…대선·총선·지선 등 선거공약에 갈등 심화
경기 수원·화성지역 역대 시장과 도지사, 국회의원들이 수원 군(軍)공항 이전 문제 해결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으나 지금까지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번 6·3 조기 대선을 앞두고 수원·화성 지역 주민들은 차기 정권에서 공항 이전 문제는 반드시 매듭지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수원 군공항 이전 논의는 2013년 '군공항 이전 특별법'이 마련되면서 본격화했다. 이 법에 따라 군 공항 이전사업에 대한 지원 및 군 공항 이전 부지 주변 지역에 대한 지원체계가 마련됐다. 수원시는 2014년 국방부에 군공항 이전 건의서를 제출했고, 2017년 국방부는 화성시 화옹지구를 수원 군공항 단독 예비이전 후보지로 선정했다.
그러나 화성시는 이에 크게 반발했다. 고도 제한으로 개발이 제한되고 소음피해 등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화성시는 '군공항이전대응담당관'을 신설하고 수원 군공항 이전 반대에 나섰다. 2018년 제7회 지방선거 당시 서철모 전 화성시장과 석호현 당시 자유한국당 화성시장 후보는 '수원 군공항 예비이전후보지 선정 반대'를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수원에서는 3선에 나선 염태영 전 수원시장과 정미경 전 새누리당 의원 등이 군공항 이전과 종전지 개발을 약속했다. 이후 수원시는 화성시의 반발이 거세자 2019년 초 군공항과 민간공항을 통합한 '경기남부국제공항' 조성을 국토교통부에 건의했다. 국토부는 6차 공항개발종합계획에 이를 반영했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수원지역 민주당·미래통합당 후보 모두 군공항 이전을 공통공약으로 제시했다. 2022년 6월 지방선거에서도 이재준 수원시장을 비롯한 후보들이 수원 군공항 이전을 핵심공약으로 내세웠다.21대 총선 당시 화성갑으로 당선된 민주당 송옥주 의원은 수원 군공항 점진적 폐쇄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2022년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정명근 화성시장도 군 공항 이전을 반대하며 갈등의 골이 깊어지기도 했다.
수원 군공항으로 인한 주민 피해를 해소하기 위한 법안들도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군용비행장·군사격장 소음 방지 및 피해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군소음 보상법) 개정안과 '군사기지·시설 보호법 일부 개정법률안' 등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이러한 흐름 속에서 수원·화성 주민들은 이번 조기 대선을 통해 구성될 차기 정부가 군 공항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수원군공항이전 및 경기통합국제공항추진 시민협의회가 4월14일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원군공항으로 인한 수원-화성시민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수원시와 화성시가 대화와 협의를 기반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수원 군공항 이전과 관련해 수원과 화성이 대화와 협력으로 문제를 해결하자고 촉구했다.
시민협의회는 화성시에 다각적인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소음피해 보상 현실화', '고도제한 완화' 같은 이슈를 함께 논의해 볼 것을 제안했다.조철상 경기통합국제공항추진시민협의회 회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2년 5월에 수원에 와서 수원 군공항 문제를 반드시 해결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신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이후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며 “차기 정부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수 있도록 관련 내용을 전달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경기도 군공항 이전지원 조례' 백지화 촉구…화성시 범대위 강력 '반발'
이에 수원전투비행장 화성이전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경기도의회 '경기도 군공항 이전 지원 조례안'발의 추진에 따른 반대 움직임을 지속하고 있다. 이상환 범대위 상임위원장은 4월11일 오전 경기도의회 앞에서 "경기도 군 공항 이전 지원조레안 제정 반대"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이는 지난 3월26일 경기도의회 건설교통위원회 문병근 의원(국민의힘·수원11)이 발의한 '경기도 군공항 이전 지원 조례안' 때문이다.
이 조례안은 수원 군공항 이전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명시된 이전 후보지 및 이전 부지 선정 지원을 위해 경기도에 대외협력관 및 자문위원회 설치·운영을 명시하였으며, 군공항 이전 관련 활동을 하는 기관과 단체에 대한 행·재정적 지원을 가능할 수 있도록 했다.
수원전투비행장화성이전반대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가 4월10일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경기도군공항이전조례안 제정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범대위 제공
이상환 범대위 상임위원장은 4월10일 경기도의회 기자회견에서 "경기도가 조례를 통해 국방부의 국책사업에 적극 개입하여 사실상 군 공항 이전을 지원 또는 주도하려는 행태로 보이며, 결국 수원군공항 화성 이전을 주장하는 수원시와 소속 시민단체인 '수원군공항 이전 및 경기남부통합국제공항 추진 시민협의회'에 날개를 달아주겠다는 공표가 아닐 수 없다"라면서, "경기도의회는 수원시만을 위한 편파적인 행보를 멈추고, 경기도의 화합과 상생발전을 위한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범대위의 1인 시위는 2024년 11월 경기도가 추진한 '경기국제공항 건설을 위한 비전 및 추진방안 수립 연구용역' 결과 유력 후보지로 화성 화옹지구가 언급되는 것에 따른 1인 시위에 이어 5개월여만이다.
공항 이어 블루카본…‘매향리 갯벌’ 보존과 훼손 기로속 몸살
경기국제공항 예비후보지 선정에 버드스트라이크 위험성 직면…최근 염습지 조성 공사 중단돼…환경단체 “인위적 변화, 서식지 훼손”…‘블루카본 사업’ 재고돼야
국내 최대 규모의 습지보호지역인 경기도 화성시 매향리 갯벌이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각종 국가사업의 대상지로 추진되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동안 쟁점 현안인 경기국제공항에 이어 최근 정부가 탄소중립 정책으로 추진하는 ‘블루카본’ 사업 역시 갈등의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021년 7월 정부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한 ‘매향리 갯벌’(14.08㎢)은 조수간만의 차가 크고 갯벌 퇴적물이 풍부해 존재 자체로 탄소흡수원으로 인정받고 있다. 2007년까지 미국 공군의 폭격훈련장으로 사용됐지만, 주민들과 환경단체 등의 복원 사업으로 생태계를 회복했다. 그러나 최근 국가 주요 사업들의 입지 대상으로 거론되면서 훼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기도는 2024년 11월 매향리 갯벌이 포함된 화성호 간척지 등 3곳을 경기국제공항 예비후보지로 정했다. 철새도래지인 화성호 간척지가 바다와 인접해 있고 드넓은 갯벌·평야에 소음 등의 피해가 적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환경단체에 더해 지역 정치권까지 일제히 반발했고, 무안공항 대참사로 ‘버드스트라이크’ 위험성이 높아지면서 비판과 반대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화성환경운동연합 등 관계자들이 4월1일 오전 화성시의회 앞에서 매향리 갯벌 내 습지보호구역에 기아 블루카본 협력사업 추진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4월1일 화성환경운동연합 등 화성 지역 환경단체들은 화성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양수산부와 기아자동차의 ‘블루카본 협력사업’에 대해 “매향리 갯벌에서 진행 중인 블루카본 사업이 그 취지와 달리 건강한 갯벌 생태계를 훼손하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은 “탄소감축, 생물다양성 확대 등의 실현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나 결과는 정반대”라며 “시설 설치에 투입되는 중장비와 대규모 인력 동원 작업은 갯벌의 구조를 인위적으로 변화시키고, 도요·물떼새 등 이동성 물새의 서식지가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화성환경단체, 즉각 원상복구 요구…해양공단, "원상복구 어려워…모니터링 제안"
매향리 갯벌 블루카본 사업은 해양환경공단과 해양수산부가 기아자동차와 협력해 진행하는 사업이다. 2023년 7월 해양환경공단의 '기아 블루카본 협력사업 기본 및 실시설계' 과업지시서를 보면, 갯벌생테계 보전과 활용가치 확대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및 2030 온실가스 감축 및 2050 탄소중립 정부 정책 이행을 위해 기획됐다.
말뚝과 돌로 가득찬 말뚝벽이 매향리 갯벌에 세워져 있다 /화성환경운동연합
해양환경공단은 화성시 갯벌 염생(鹽生)식물 군락을 통한 탄소 감축 및 갯벌 생테계 건강성 증진 실현, 신규 관광자원 확보로 지역경제 활성화 기반 마련이 과업지시서상 사업 목적으로 밝혔다. 사업 자체의 목적이나 기획 의도는 자못 훌륭하지만 문제는 해당 사업이 매향리 갯벌에 맞지 않다는 것이 화성시 지역 환경시민단체들의 주장이다.
매향리 갯벌에 공사 중인 라눙, 라눙은 유속(流速) 감속 및 만조시 바닷새 휴식처를 제공하기 위해 설치한다. 환경단체들은 해양환경공단이 공사한 라눙은 독일 와덴해에 있는 것과는 구조 자체가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해당 사업이 그 취지와는 달리 건강한 갯벌 생태계를 훼손하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환경단체가 문제시 하는 지점은 매향리 습지는 염습지가 아니며, '라눙'이라는 인공 구조물을 통해 일부러 염습지를 만들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또한 염습지 조성 사업이 오히려 현재의 조류 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최오진 화성환경운동연합 상임대표는 "기아 블루카본 사업은 탄소감축 실현, 갯벌생태계 기능 제고, 생물다양성 확대를 목적으로 하고 있으나, 실제 결과는 정반대"라고 말했다.
그는 "조간대 갯벌을 가로지르는 유속감소시설 라눙 설치는 갯벌의 구조를 인위적으로 변화시킨다. 저서생물 개체군이 감소하고 도요물떼새 등 이동성 물새의 서식지 훼손으로 갯벌생태계 기능은 저하하고 생물다양성은 감소될 것이라고 우려했다.정한철 화성습지시민서포터즈 집행위원장은 "우리는 이번 사업이 초래할 물새 개체수 감소가 생물다양성을 위협할 뿐 아니라, 향후 화옹지구 및 화성호를 대상으로 한 군공항 이전이나 경기국제공항 개발 사업의 명분으로 악용될 위험도 있어 더욱 신중한 보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화성시 환경시민사회단체들은 기아블루카본 사업이 오히려 매향리 갯벌 생태계를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화성환경운동연합
해양환경공단은 앞서 3월4일, 3월20일 화성시민단체와 간담회를 통해 협의에 나섰다. 시민단체측은 즉각적인 공사 중단과 원상복구를 요구했지만 공단은 원상복구는 어렵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해양환경공단은 "라눙은 세계자연유산으로 선정된 와덴해에서 지난 50년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전통적 자연친화 공법"이며, "설치 후 대형저서동물, 바닷새, 염생식물 등에 대한 모니터링 등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시민단체의 원상복구 요구 등에 대해 라눙의 철거는 현실적으로 어려우며, 향후 갯벌 및 바닷새 영향에 대한 모니터링을 추진하겠다고 입장을 설명했다.
‘기아 블루카본 협력사업’은 기아자동차가 ESG 경영의 일환으로 해양수산부, 해양환경공단 등과 함께 진행하는 갯벌 건강성 증대 사업이다. 화성시 우정읍 매향리 갯벌을 중심으로 갯벌에 염생식물을 심어 탄소흡수원을 확대하고, 생물다양성 회복을 꾀하겠다는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블루카본’은 해양생태계에서 흡수되는 탄소를 일컫는다. 2023년 가을부터 2026년 6월까지 약 3년을 목표로 사업에 들어갔다. 사업비 50억원 전액을 기아가 부담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기아 블루카본 협력사업’은 문제가 없는 사업이고, 성과에 따라 추후 확대해야 할 사업처럼 보인다.
그러나 공법이 문제다. 갯벌에 대형 울타리(유속감소시설)를 설치하고, 염생식물인 칠면초를 심기 위한 식생매트를 설치하는 공사가 진행됐다. 높이 3.6m 나무기둥을 1.2㎞ 길이에 설치하기 위해 갯벌에 철판을 깔고 중장비가 드나들었다. 현재 900m 정도 울타리가 세워졌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갯벌에 사는 생물과 철새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을 게 뻔하다.
의도가 선하다고 수단이 정당화되는 건 결코 아니다. 갯벌은 회복 불가능한 상처를 입을지 모른다.지난 2월말 세계적인 조류학자가 매향리 갯벌을 찾았다가 공사광경을 목격했고, 환경단체들이 나서자 해양환경공단은 3월4일 공사중단을 약속했다. 환경단체의 요구가 타당하다는 방증이다.
그런데 화성환경운동연합은 4월1일 공사가 여전히 강행되고 있다며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신뢰를 잃으면, 블루카본을 획기적으로 증대시켜 탄소중립에 기여하겠다는 해수부의 목표도 빛을 잃을 수밖에 없다.이번 공법의 원조격인 독일은 10년에 걸쳐 소규모로 사업을 진행하면서 친환경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 정신은 배워오지 않고 형식만 따와서 대규모로 사업을 진행하려다 사달이 난 게 아닌가 싶다. 갯벌은 그 자체로 충분히 탄소저감 능력이 있다. 거기에 염생식물을 기르는 방식이 왜 필요한지 선뜻 납득이 되지 않는다. 사업의 방향을 재고하는 게 타당하다.
수경(水鏡) 문윤홍 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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