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보를 정치적 이해득실의 도구로 전락시키는 근시안적 행태 개탄…안보 문제는 경제 논리나 지역적 요구보다 우선돼야
이상환 수원전투비행장 화성이전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 상임위원장 /범대위
6·3대선을 앞두고 최근 일부 지역 정치권과 언론에서 수원 군(軍)공항 이전과 연계된 경기국제공항 건설에 대한 기대감을 부추기며, 이를 대선공약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국가안보, 경제성, 환경문제 그리고 사회적 합의 과정 없이 지역적 기대감에만 의존하는 위험한 발상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국가안보 측면에서 수원 군공항 이전 문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핵심 사안이다. 수원 군공항은 대한민국 영공 방위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핵심 군사 시설이다. 섣부른 이전 계획은 안보 공백을 초래하고, 국가 방위 태세에 심각한 위협을 야기할 수 있다.
수원전투비행장 화성이전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가 4월11일 경기도의회 '경기도 군공항 이전 지원 조례안' 발의 추진에 대한 항의 표시로 경기도의회 건물 앞에서 1인 릴레이 시위를 조례안이 철회될 때까지 펼치기로 했다. 사진은 이상환 범대위 상임위워장이 1인 시위하는 모습. /범대위 제공
과거 국방부가 화성시 화옹지구를 수원 군공항 이전 후보지로 지정(2017년)하고, 여의치 않자 경기도가 경기국제공항 후보지에 포함(2024년) 시키면서 군공항 이미지를 희석하려 했다. 이에 대해 지역 주민들은 이를 "경기국제공항이라 쓰고, 수원군공항이라 읽는다"라며 비판하고 있다.
이는 국가안보를 정치적 이해득실의 도구로 전락시키는 근시안적인 행태이다. 안보 문제는 그 어떤 경제적 논리나 지역적 요구보다 우선시되어야 하며, 장기적인 국가안보 전략하에 신중하게 결정되어야 한다.경제적 타당성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국토교통부의 '제6차 공항개발 중장기 종합계획(2021~2025)'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은 연간 여객수용량 기준 세계 3위, 동북아 1위 허브 공항으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하고 있다. 또한 지속적인 확장 계획을 통해 미래 수요에 충분히 대비하고 있다.2024년 인천국제공항의 여객 처리 능력은 연간 1억 명을 넘어섰으며, 최근 4단계 확장 사업 완료로 1억 600만명까지 수용이 가능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기 남부에 또 다른 국제공항을 건설하는 것은 명백한 중복 투자이며, 막대한 예산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나아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 4월 30일, '신공항은 지역 경제를 살릴까?'라는 주제로 전국신공항백지화연대가 주최한 국회 토론회에서 경제성과 산업 측면에서 신공항 건설의 문제점이 날카롭게 지적되었다.
전국 15개 공항 중 4개 공항만이 흑자를 기록하고 11개 공항이 적자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앞으로 건설될 신공항이 8곳에 달하며, 여기에 더해 경기국제공항과 포천공항까지 논의되는 현실은 국가 경제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것인지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
수원전투비행장 화성이전 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 등 경기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4월10일 경기도 의회 브리핑룸에서 경기도 의회에 제출된 ‘군공항 이전 지원 조례안’ 강력 반발하며 이를 백지화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범대위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경기국제공항 건설 예정지는 상당 부분 농경지 및 습지로 이루어져 있어, 건설 과정에서 불가피한 환경 파괴와 생태계 훼손이 예상된다. 특히 인근 화성호는 철새 도래지로 생물 다양성 보존 가치가 매우 높은 지역이다.환경영향평가법에 따른 엄밀한 조사를 통해 환경 파괴를 최소화할 방안 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
섣부른 공약 추진은 환경문제에 대한 안일한 인식을 드러내는 것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행위다.마지막으로, 사회적 합의 부재는 지역 갈등을 야기시킨다. 수원 군공항 이전 문제는 이미 9년간 화성시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히며 심각한 지역 갈등의 핵심 사안으로 남아있다.
경기도가 경기국제공항 건설 후보지에 수원 군공항 이전을 포함하려는 움직임은 이를 더욱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지역 간 갈등은 사회 통합을 저해하고 국가 발전을 가로막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결론적으로, 정치권은 경기국제공항 건설 주장을 국가안보의 최우선 고려, 객관적인 경제성 분석, 심층적인 환경 영향 평가, 그리고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친 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포퓰리즘적 공약이 아닌, 국가의 장기적인 안보와 발전, 국민 전체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실용적인 정책 대안 등을 제시하는 것이야말로 6.3 대선에서 유권자들의 현명한 선택을 이끌어낼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