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공항 적자투성인데 24조원 이상 들여 신공항 추가해야 하나…그 돈을 복지로 전환하면?
대구경북(TK)지역 최대 현안인 ‘대구경북 신공항 건설사업’이 첫삽을 뜨기도 전에 난관에 부딪혔다. 지자체 사업으로 추진되는 터라 11조원이 넘는 사업비를 사실상 차입해야 하는데, 이자부담만 수조원에 달하는 등 대구광역시 재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대구광역시는 지난 3월 ‘공공자금관리기금(이하 공자기금) 신청서’를 기획재정부에 제출했다. 신청서에는 신공항 착공에 들어가는 2026년부터 이후 5년간 11조5000억원 규모의 정부 자금을 요청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대구시는 공사 첫 해(2026년) 토지 보상비 등 2795억원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TK신공항 건설을 위해 현재 대구시는 ‘나랏돈’(공자기금)을 빌린다는 목표를 우선순위로 세운 상태다. 시는 신공항 건설 목적의 지방채를 발행한 뒤 정부가 공자기금으로 해당 지방채를 사들이도록 하는 방식으로 사업비를 충당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신공항 건설로 비게 될 현 공항의 부지를 개발해 얻는 수익으로 공자기금을 갚겠다는 것이다. 즉 사업 기간을 앞당기기 위해 일단 빚을 내서 공사를 벌인 뒤, 정부에 원금과 이자를 갚겠다는 게 대구시의 복안이다.
정부기금도 결국은 ‘빚’, 해결책 될 수 없어···사업 변수 고려 안했다
그러나 최근 대구시 안팎에서는 정부기금 투입이 해답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간 각종 위험 요소를 덮어둔 채 사업 추진에만 열을 올렸다는 것이다.
공자기금도 ‘빚’인 만큼 향후 채무를 갚을 여력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첫 번째 지적이다. 분기마다 변동금리를 적용하는 공자기금은 올해 2분기 기준 약 2.8%로 운용 중이다. 대구시는 5년 거치에 10년 상환 조건으로 공자기금을 끌어온다는 구상인데, 낮은 이자율(통상 3% 전후)을 감안하더라도 이자가 무려 3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2030년까지는 이자만 갚게 되지만 상환 시기인 2031년부터 10년간은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아야 한다. 대구시 재정을 감안할 때 15조원에 육박하는 돈을 신공항 건설에 따른 사업비로만 갚아나가야 하는 셈이다.
대구시는 사업비를 현 공항이 떠난 자리를 개발해 충당할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이는 ‘계획대로’ 진행될 때, 즉 공사기간과 이에 따른 개발 사업이 원활하게 이뤄질 때를 전제한 주장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목표대로 2030년 개항이 이뤄지면 기존부지에 대한 분양 수익이 발생하는 시점은 토양오염 정화 단계 등을 거쳐 빨라야 2032년쯤으로 예상된다. 선분양임을 감안하더라도 해당 시점의 부동산 경기가 어떨지 예측이 어렵고, 분양 수익이 기대만큼 발생할지도 알 수 없다.
또한 대구시 공직사회를 중심으로 이번 사업의 목표 시점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대규모 공사임을 감안할 때 공사기간을 8~10년으로 잡는 게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이 경우 기존 부지 개발이 늦어져 그만큼 이익 환수 시점이 늦춰지고 이자 부담도 더 커진다.
대구시 관계자는 “지금 목표대로 착착 진행된다고 해도 공자기금을 본격적으로 갚아나가야 하는 시점이 되면 대구시가 엄청난 재정 압박에 시달릴 것”이라면서 “공사기간이 길어질 수록 재정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고 말했다. 실제 대구시는 2024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개발 사업에 끌어오기 위해 몇차례 접촉했지만, LH측이 사업의 위험성을 들어 거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LH 측은 “공사기간이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 분양 리스크가 너무 크다”면서 “대구시가 위험성을 책임지겠다는 서약을 하지 않으면 합류할 수 없다”고 언급하며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시 계획대로 공자기금 차입이 가능할지도 아직 불확실하다. 공자기금 운용 권한을 가진 기재부는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등의 이유로 기금을 대여하는 것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오는 8월까지 기재부가 2026년도 기금운용계획안에 TK신공항 건설 사업을 ‘지정사업’에 포함해야만 내년도 신공항 사업비를 마련할 수 있다.
기재부는 올해 지방에 풀 수 있는 자금으로 100억원을 할당했지만, 아직 배분하지 않았다. TK신공항 사업 규모를 고려할 때 별도의 계정이 만들어지거나, 다른 계정으로 요청할 수 있도록 근거가 뒷받침돼야 사업비 조달이 가능할 것으로 대구시는 보고 있다.현재 지방채 초과 발행을 위한 법적 근거는 마련됐지만, 공자기금의 활용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은 통과되지 못한 상태다.
‘적자 논란’ 신공항 하나만 덜 지어도 민생에 나타날 효과는 얼마나 될까
지방 공항 적자투성인데 24조원 이상 들여 신공항 추가…농어촌 기본소득 재원으로 쓰면 217만명에 매월 20만원 가능
“나라에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도둑이 많다.” 정부 재정을 얘기할 때 종종 나오는 주장이다. 다소 거칠긴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어느 지방자치단체는 수천억원짜리 호화청사를 지었다’ ‘어느 지자체는 쓸데없는 조형물을 만드는 데 수십억원을 썼는데, 관리도 안 된다’ ‘어느 공공기관은 예산을 부정하게 사용했다’는 등 잊을 만하면 불거져 나오는 게 예산 낭비를 꼬집는 뉴스이기 때문이다.
예산 낭비 사례는 국민신문고를 통해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2000~2022년 신고된 예산 낭비 사례를 보면 ▲코로나19 관련 어린이집 지원금 지급 오류, ▲국비 보조 교육과정 부실, ▲무분별한 해충잠복소 설치, ▲인구ㆍ주택 총조사 답례품 관리 부실, ▲연구개발(R&D) 수행기관의 예산 부정 사용, ▲업체의 국책 연구비 유용, ▲국립 중ㆍ고등학교의 피복비 부정 지급, ▲공공기관의 인건비 허위 신청 등 다양하다.
문제는 앞선 사례처럼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낭비도 있지만, 그중엔 낭비인지 아닌지조차 파악하기 힘든 것도 숱하다는 점이다. 이런 유형의 낭비는 별다른 지적 없이 반복되기 때문에 그 규모도 훨씬 크다. 심지어 주체가 명확하지 않아서 비판을 하거나 책임을 묻기도 애매하다. 어쩌면 눈에 드러나는 예산 낭비 사례보다 더 심각할 수도 있다.
과연 어떤 사례들이 있을까.역설적이지만, 도로나 철도ㆍ공항 등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는 대표적인 예산 낭비 사례다. 누군가는 “SOC는 투자 개념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낭비라고 보기 힘들다”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다. 1960~1970년대처럼 중요한 기반시설조차 없던 시절이라면 SOC 투자는 필수다.
하지만 지금처럼 인프라를 어느 정도 구축한 상황이라면 SOC 예산은 줄이는 게 순리다.하지만 정부의 SOC 예산은 도무지 줄지 않는다. 지난 1월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SOC 결산서로 본 예산 집행 현황과 과제’에 따르면 연도별(2010~2023년) 결산서 기준 정부의 전체 SOC 예산은 2010년 45조2985억원, 2014년 44조8438억원, 2019년 44조5495억원, 2023년 42조6004억원이었다.
십수년이 지나는 동안 고작 2조원 넘게 줄었을 뿐이다. 2021년 SOC 예산이 53조4020억원으로 조사 기간 내 최고치를 찍었다는 걸 감안하면 줄었다고 하기도 애매한 수준이다. 문제는 SOC 예산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예전엔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해야만 했기 때문에 무분별한 SOC 사업을 줄이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엔 예타가 형식적 절차에 그치고 있다.재정 전문 민간싱크탱크인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예타 대상 사업은 108건이었는데, 이중 97건이 통과됐다. 통과율은 89.8%에 달한다. 경제성이 맞지 않는 사업들조차 다양한 이유로 예타 심사를 통과하기 일쑤여서다. 제도가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예타를 면제받는 사업들도 수두룩하다. 같은 기간 예타를 면제받은 사업은 163건, 예산은 총 106조원에 달했다.[※참고: 여기엔 건설업계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예타 문턱을 낮아지거나 면제가 많아질수록 SOC 투자는 늘어나고, 건설업계가 이득을 보는 구조여서다. 특히 건설업계는 그동안 다양한 방법으로 예타 문턱을 낮추라고 요구해왔다.
현재 진행 중인 지방공항 건설 상황을 보면 SOC 예산의 심각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울릉공항 건설 사업은 맞지 않는 경제성을 억지로 끼워 맞춘 사례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 사업은 이명박 정부 당시 경제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예타 재조사를 면제받았다.
더 황당한 건 국제ㆍ국내선을 통틀어 전국 15개 공항 중 2023년 기준 흑자를 낸 공항은 인천ㆍ김포ㆍ김해ㆍ제주 4곳뿐이란 점이다. 나머지 11곳(대구ㆍ청주ㆍ무안ㆍ양양ㆍ울산ㆍ여수ㆍ사천ㆍ포항경주ㆍ군산ㆍ원주)은 모조리 적자였는데, 앞으로 8곳의 지방공항이 더 생길 예정이라는 건 역설 그 자체다.
가덕도신공항, 대구경북통합신공항(TK신공항), 새만금국제공항, 흑산공항, 제주2공항, 울릉공항, 백령공항, 서산공항이다. 이들 공항의 총 공사비용만 24조4818억원이다. 지자체에서 검토 중인 경기국제공항과 포천공항까지 포함하면 10곳에 달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계산했을 때 먼저 8개 신공항 건설사업비 24조4818억원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농어촌 기본소득 공약에 그대로 적용해보자.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우리나라 농가와 어가 인구는 217만6100명이다.
이들에게 매월 2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한다면 매년 5조1746억4000만원의 예산이 필요하니까, 5년간 농어촌 기본소득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원전 세금을 걷어 농어촌 기본소득 재원으로 활용하자는 이재명 후보 측의 일부 주장보다 현실적이다. 이처럼 예산 낭비만 줄여도 얼마든지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이 금액을 복지 분야에 사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예컨대 한부모가정이나 저소득 가구의 청소년에게 생리대 비용을 지원하는 월경용품 지원 사업에 사용한다고 가정해보자. 2024년 기준 총 예산은 148억원이니까, 1654년간 청소년들에게 생리대를 맘껏 나눠줄 수 있다.
아니면 15~29세 청년 실업자 29만명(2025년 3월 기준)에게 매월 140만원씩 5년간 지급하는 방식으로 양질의 취업 준비를 지원할 수도 있다. 그래 봤자 얼마나 줄일 수 있겠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이 또한 그렇지 않다. 예산낭비는 SOC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수경(水鏡) 문윤홍 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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